그녀를 위한 첫번째 소나타
Posted 2008/07/14 15:14, Filed under: 감상/음악 이야기며칠전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5주년을 기념해 (이제는 거의 정기 세일이나 다름없어진) 할인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작년에 근처로 확장 이전한 새 풍월당은 엄청나게 넓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쾌적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감상실이 따로 생겨 가끔씩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것도 그렇고,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것도 좋은 변화다. 각각의 음반들도 기본 래핑 외에 재사용이 가능한 비닐 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세일기간이라 가게 안에는 원래 이정도로 단골이 많았나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로 무척 사람이 많았다. 직원들도 정신없이 바빠보였다. 잘 정리된 신보들로 가득찬 가게 안을 한바퀴 돌았는데, 그 후끈한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음반을 집어버린 후였다. 전품목 20% 할인이라니, 당분간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 조금만 덜어내고 그냥 사버렸다. 사진으로 보이다시피 앞으로 당분간은 음반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당히 많은 양. 이번에 산 음반들을 모아놓고 보니 유난히 Harmonia Mundi 레이블 음반이 많다. 거의 90% 정도 되는데, 어쩌면 바뀐 내 취향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 이번에 산 것들을 천천히 아껴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서, 가장 먼저 들어볼 음반을 신중하게 골랐다. 첫번째 타자는 역시 나를 단 한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레이첼 포저와 게리 쿠퍼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 제5권. 1집에서는 충격과도 같았던 연주가 5집에 이르러서는 너무나 편안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리고, 제법 익숙해진 지금에서도 여전히 신선하다. 슬슬 빠른 악장 뿐만 아니라 느린 악장도 좋아지기 시작하니, 이제서야 음반 전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조금 기쁜 마음도 든다. 이제 남은 건 남은 전집도 어서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
이번 5집에는 KV 305, KV 403, KV 31, KV 306 이렇게 네 곡이 담겨 있다. 우선 가장 마음에 들었던 트랙은 소나타 A장조 KV 305의 두번째 악장, Thema: Andante grazioso. 짧은 도입부가 지나간 후, 포르테피아노가 길게 솔로 연주를 하는 부분과 그 직후 바이올린이 다시 연주를 시작하는 부분이 좋다. 부담없이 울리는 쿠퍼의 피아노 소리, 꾹꾹 누르듯이 그러나 미끄러지듯이 매끈하게 울리는 포저의 바이올린 소리. 천천히 연주를 들으면서 음반에 적힌 라이너노트를 읽다 보니 KV 403에 얽힌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 Some four years later, on 4 August 1782, Mozart was married to Constanze Weber in St. Stephen’s Cathedral in his new home town of Vienna. He began composing several violin sonatas for her, at the very same time that the ‘historical’ Sunday afternoon concerts organized by Baron Gottfried van Swieten had aroused his interest in the music of Händel, Bach, and the latter’s eldest sons Wilhelm Friedemann and Carl Philipp Emanuel. From that time onward, Constanze had become fascinated by the concept of fugue: she bagged Wolfgang to compose some music in this idiom. Perhaps Mozart also wanted to shed a more glamorous light on Constanze by writing fugues and contrapuntally inspired pieces for her, because Leopold had expressed violent opposition to the marriage. It was against this background that Mozart composed Sonatas KV 402 and KV 403. The surviving manuscript of KV 403 bears Mozart’s notation: “Sonate Première. Par moi W. A. Mozart pour ma très chère épouse.” [“First Sonata. By me, W. A. Mozart, for my dearest wife.” ] Mozart did not complete the piece, and he probably never intended it for publication. He only wrote out the first twenty bars on the last movement. Mozart’s student, abbé Maximilian Stadler, who helped Constanze manage the music left by Mozart after his death, completed the piece by working the Finale out to a complete movement of 124 bars.
- from linernote:
‘The Necessity of Travel’
by Clemens Romijn
(Translation: David Shapero)
(…) 4년여가 지난 1782년 8월 4일에 모차르트는 새로운 거처가 있는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Stefansdom)에서 콘스탄체 베버와 결혼을 했다. 그는 그녀를 위해 바이올린 소나타를 몇 곡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 시기에 고트프리트 판 슈비텐 남작이 주최한 일요일 오후의 ‘고음악’ 콘서트가 열려 헨델과 바흐, 그리고 바흐의 장남과 차남인 빌헬름 프리데만과 카를 필립 에마누엘의 음악에 대한 그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때 이후로 콘스탄체는 푸가의 형식에 매료되었고, 볼프강에게 이 형식대로 음악을 작곡해달라고 청했다. 모차르트 또한 그녀를 위해, 아내에 대한 악상을 담아 푸가와 대위법 형식의 음악을 작곡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아버지 레오폴드가 그들의 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모차르트는 소나타 KV 402와 KV 403을 작곡했다. KV 403의 현존하는 필사본에는 다음과 같은 모차르트의 주석이 달려있다: “Sonate Première. Par moi W. A. Mozart pour ma très chère épouse.” [“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만든 첫 번째 소나타.”]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않았고, 출판할 생각도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마지막 악장은 단 스무 마디만을 쓰고 말았다. 콘스탄체가 모차르트 사후 남겨진 작품들을 관리하는 일을 도운 모차르트의 제자, 막시밀리안 슈타틀러 신부가 마지막 악장을 124 마디의 완전한 악장으로 마무리하여 소나타를 완성했다.- 라이너 노트:
클레멘스 로메인, ‘여행의 필연성’ 중에서.1
- CD 부클릿에는 클레멘스 로메인이 쓴 라이너 노트가 영어/불어/독어 세가지 언어로 실려 있는데, 그 세가지 버전에 모두 번역자 이름이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글쓴이는 원문을 그 세가지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쓴 것으로 보인다. (실려있지 않으니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글쓴이의 이름 'Romijn'으로 추측해 볼 때 네덜란드어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어 인용문은 David Shapero의 영어번역을 기준으로 Clémence Comte가 번역한 불어번역판을 참고하여 중역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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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하자면 가산을 탕진한것이죠.. ㅠ_ㅠ 저도 한번에 이렇게 많이 사보긴 처음이라.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만 말씀하시는건가요? ^_^;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 포스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레이첼 포저(Rachel Podger, 바로크 바이올린)와 게리 쿠퍼(Gary Cooper, 포르테피아노)가 채널 클래식에서 내놓고 있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을 역시 가장 먼저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연주건 녹음이건 흠잡을 데 없는 시리즈에요. Vol.1 부터 5까지 나와있는데, 1집을 들어보시고 취향에 안맞는다고 생각되시면 더 안사셔도 될 것 같습니다. 1집에 담긴 KV378 같은 경우, 저는 참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곡이에요. 다만 Hybrid-SACD기 때문에 가격은 조금 비쌉니다.. (2만원대일거에요.)
그리고 같은 원전연주라면 하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에서 내놓은 앤드류 맨지(Andrew Manze, 바로크 바이올린)와 리처드 이가(Richard Egarr, 포르테피아노)의 음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요건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어요. 몇년째 살까말까 고민하는 음반인데, 요즘 맨지와 특히 이가를 좋아하게 되어서.. 아무래도 사게되지 않을지.;;)
제가 갖고 있는 다른 연주는 아르투르 그뤼미오 바이올린 & 클라라 하스킬 피아노의 필립스 반이에요.(이건 검색하면 금방 나올거에요. 워낙~ 유명해서. 4곡이 들어있고, 1958년도 녹음입니다.) 무척 유명한 녹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저 두 연주자를 참 좋아하기도 하는데... 오래된 녹음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포저&쿠퍼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더라구요. 하지만 모던악기 연주를 더 좋아하시고, 녹음질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신다면 충분히 추천할만한 음반이에요. 라이센스되어서 값도 싸구요. :)
(하지만 정말 음질은 하늘과 땅 차이.... 서울과 부산... 아니 북극과 남극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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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그나저나 홈페이지는 계속 저렇게 놔두시는건가요~(가끔씩 바뀌긴 하더군요!)
종종 들러주시니 저야 반갑습니다만, 답방(?)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워요.
요번 더위는 정말 '조심'해야할 더위인 듯 싶어요. 특히 건강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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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달버의 블로그는 살아있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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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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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글 때문에 콘스탄체 얘길 했었구나 저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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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가 언제 콘스탄체 이야길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아..
너무 오래되었어..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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