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뒷편 서학당길, 씨스퀘어 빌딩 앞뜰 공간

태평로 뒷편 서학당길, 씨스퀘어 빌딩 앞뜰 공간.

늦은 오후

빌딩들 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었다.

태평로 뒷편 서학당길, 씨스퀘어 빌딩 앞뜰 공간- 카페 아모카

스폰지하우스와 카페 아모카는 씨스퀘어 빌딩에 있다. 조선일보 건물만 아니라면 더 좋았을텐데.

전시 소도록, 리플렛, 티켓.

전시도 보고.

애니 레보비츠: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티켓과 프로그램

영화도 보고.

 몇 달간 나를 정신없게 만들었던 복학 첫 학기도 월요일 시험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방학이 찾아온 날,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서울을 향했다. 우선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누아르 전’을 보았다. 사실 르누아르는 선호하는 작가가 아니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최근에 연이은 대형 전시-반 고흐, 퐁피두센터, 클림트, 르누아르-의 일환이려니 하는 마음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다. 그래서였을까, 생각했던 것보다 전시가 좋았다. 입장료가 여전히 좀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평일 낮에 간 덕분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쾌적하게 볼 수 있었다. (끔찍했던 반 고흐 전과 그에 못지 않았던 퐁피두 센터 전, 그리고 결국 포기한 클림트 전 인파에 비교하면 천국이었다.)
 보면서 ‘르누아르는 역시 색이구나, 이 빛깔이 르누아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대형작품이 오지 않아도, 특별히 유명한 작품이 오지 않더라도 그만이 낼 수 있는 빛깔을 띤 작품들만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따로 인물이며 배경이며 할 것 없이 그림 전체에서 뿜어져나오는 그 따스한 빛깔 자체가 르누아르의 이상, 낙천적인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피아노 치는 여성을 그린 작품이 두 점 있었는데(내 짐작이지만 다작을 한 편인 르누아르는 피아노 치는 여성을 그린 그림도 많이 남겼을 것 같다.) 그림 속의 피아노를 보면 르누아르가 살았던 시기-르누아르는 1841년생으로 내 아버지보다 딱 100년 전에 태어나 내 할머니가 태어난 해인 1919년에 세상을 떠났다-에는 이미 피아노의 기술적 발전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업라이트 피아노 하나, 그랜드 피아노 하나. 그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허허.

 미술관을 나와서는, 천천히 덕수궁길을 걸어 카페 소반에 들어가 비빔밥을 먹었다. 자주 오진 못하지만 좋아하는 곳. 그리고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에서 다큐멘터리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본 삶’을 보았다. 애니 레보비츠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 없이, 그저 유명한 사진작가려니 하는 생각만 가지고 상영관에 들어섰는데 필름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마치 스쳐지나가듯이) 수없이 등장하는 유명인사, 셀러브리티들. 그리고 수전 손택. 존 레논이 죽기 5시간 전에 찍었다는 사진보다, 수전 손택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이 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수전 손택과 특별한 사이였다.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나서는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 ‘아모카’의 바깥 테라스 쪽에 자리를 잡았다. 펜과 노트를 꺼내 들고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날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떠올리며 글을 끄적였다. 좀 억지스러운 생각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애니 레보비츠의 모습에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가 겹쳐보였다. 시대도 배경도 활동 영역도, 삶의 궤적도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이지만, 리얼리즘이나 사회참여적인 화풍을 거부하고 이상적인 모습-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끈질기게 그렸던 르누아르와 (수전 손택 때문에 잠깐 르 포르타주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주로 남다른 아우라를 이미 갖고 있는 유명인들을 사진으로 담아오다가, 패션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강렬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인위적인 연출사진을 찍어온 애니 레보비츠가 어쩐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을 아끼고, 가족들의 모습을 즐겨 담아왔다는 것까지도.

테이블 위의 햇살.

하지夏至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햇볕이 강렬했다.

테라스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바깥쪽 자리에도 앉았다.

The Oxford Book of English Short Stories

The Oxford Book of English Short Stories. Edited by A. S. Byatt. (2009, Reissue Edition.)

The Oxford Book of English Short Stories

Saki의 단편도 실려있다. 체스터튼, 울프, D.H. 로렌스도. 총 3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하루 전에 산 것이지만) 옥스포드에서 나온 잉글랜드 단편 소설 모음집을 샀다. 소유Possession(1990)로 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작가 바이어트가 편찬한 것으로, ‘스코틀랜드’도 ‘웨일즈’도 아닌 ‘잉글랜드’ 단편들만 모았단다. 원래 다른 책을 보러 외국책 서가를 뒤지다 우연히 눈에 띄었는데, 표지와 구성이 마음에 들어서 들춰보았다가 바이어트의 서문을 읽고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잉글랜드스러움Englishness’에 대해서 고민 끝에 작품들을 골라냈는데, 잉글랜드 자체를 소재로 하거나 영국 스타일에 대한 선입견이 담긴 작품들은 조심스레 걸러냈다고. 분량도 제각각, 장르도 다르지만 모두 읽으면서 목덜미를 짜릿하게 할만한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작품들을 골랐다는 말. 거기에 사키도 들어있다니. (이 책에 실린 사키의 단편, ‘평화의 장난감’은 사은님이 번역을 하셨다.)

 카페에 앉아서 간만에 찾아온 여유로움을 느긋하게 즐기려는 순간, 뭔가 허전함을 깨달았다. 르누아르 전시를 보는 내내 음악을 틀어두었던 아이팟 셔플의 행방이 묘연한 것. 분명 돌아다니다 어디선가 흘린 것이 틀림없었다. 카메라에 신경쓰느라 아이팟을 신경쓰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행적을 돌이켜 볼때 식사를 한 카페 소반에 두고 나왔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곳에서 식사를 했을 때는 오후 3시가 넘었던 시각이라 한가했고, 스탭들도 한쪽(예약단체석으로 주로 쓰이는 대청마루)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어서 그 직원들이 퇴근한게 아니라면 날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았다. 어디 도망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그곳에 가면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했지만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소반에 도착했을 무렵은 저녁 시간대로 가게가 한창 붐비는 때였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스탭들은 날 알아보았고. 직원은 “금방 찾으러 오실줄 알았는데…” 라는 말과 함께 미소 띤 얼굴로 셔플을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 참, 칠칠치 못하죠? 그곳에서 다시 신문로로 나왔을 때는 이미 7시가 넘은 시각. 길고 긴 여름의 해는 천천히 서쪽으로 기울면서도 여전히 빌딩 숲 사이로 하늘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2009년 06월 25일 02시 31분 2009년 06월 25일 0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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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크로즈의 생각

    Tracked from dalcrose's me2DAY 2009년 06월 25일 03시 29분 Delete

    어느 여름 날에.

  1. # yuna 2009년 06월 27일 16시 01분 Delete Reply

    (카페의 여유로움이 날아가긴 했지만) 찾아서 다행!
    저도 그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1. Re: # 달크로즈 2009년 06월 27일 22시 59분 Delete

      네, 찾아서 다행이죠!! 휴...
      사실 저 책은 일단 뒤로 미뤄놓고, 지금은 Northern Lights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

  2. # 피렌체 2009년 06월 27일 23시 09분 Delete Reply

    우엇, 전 월요일에 보러갈려고 하다가 휴관인걸 알고는 까페소반에서 비빔밥을 먹었어요. ㅋㄷㅋㄷ 결국 목요일에 보러갔다왔답니다.

    1. Re: # 달크로즈 2009년 06월 27일 23시 17분 Delete

      월요일은 아무래도 위험하죠~!!
      조만간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보러 정동에 한번 더 갈 듯 해요. :)

  3. # 나우시카 2009년 07월 29일 11시 47분 Delete Reply

    아.. 이 블로그 너무 어렵다~ 하하 아무튼 반가워요. 나우시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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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 6층에서

런던에서의 첫아침, 호스텔 6층 옥상발코니 너머로 보이는 사우스켄싱턴 풍경.

 2008년 1월 10일. 여행 셋째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런던에서 맞이한 첫번째 아침.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호스텔의 식당으로 향하는데 창밖을 보니 날이 흐렸다. 구름이 가득 낀 하늘 밑에 촘촘한 벽돌 건물들. 영국의 겨울날씨에 대해서는 이미 각오한 터. 호락호락하게 맑은 하늘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잼을 바른 토스트와 토스트와 빵, 오트밀 죽과 오렌지 쥬스로 아침을 먹고(이때까지는 아직 아침 식사에 대한 집착이 생기기 전이었다.)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우산을 챙겨 들고 숙소를 나섰다.

빅토리아에서 테이트 브리튼까지

빅토리아에서 테이트 브리튼까지. (더 자세한 지도는 이미지를 클릭)
©2008 Google - Map data ©2008 Tele Atlas

 이 날의 첫번째 목적지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이었다. 테이트 브리튼은 템즈 강변의 밀뱅크(Millbank)에 위치해있다. 지도상으로 가장 가까운 튜브 역은 핌리코(Pimlico)였지만 개관 시각인 10시까지는 아직 1시간 여가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런던 거리 구경도 할겸 점심 약속이 있는 빅토리아 역에서부터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Gloucester Road역에서 빅토리아역까지는 지하철로 2정거장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 금새 도착했지만, 이때는 아직 런던에서의 길 찾기에 익숙하지 못했던 때였기에 조금 긴장한 채로 역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길을 찾아 나섰다. 사실 빅토리아에서 테이트 브리튼까지는 복스홀(Vauxhall) 로드만 따라가면 되었으니 길을 못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이때는 지나치는 길거리 풍경을 사진에 담아둘 생각도 하지 못했다.

테이트 브리튼에서, 영국의 흐린 날씨.

테이트 브리튼 입구(Manton Entrance)에서 본 풍경.

호스텔 6층에서

개관을 기다리며 입구 앞에 줄서있는 사람들.

 천천히 3-40분 정도를 걸어서 테이트 브리튼에 도착했다. 과거 밀뱅크 감옥이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테이트 브리튼은 이번 여행의 목표인 4개의 테이트 갤러리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지닌 갤러리로, 1897년 '영국 미술을 위한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British Art)'으로서 오픈했고, 2000년도에는 테이트 모던의 개관을 맞아 테이트 브리튼으로 이름을 새롭게 바꾸었다. 브리튼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테이트 브리튼은 1500년대부터 시작하여 컨템포러리까지 이르는 '영국 미술'만을 전시한다. 미술관에 도착한 때가 대략 개관 시간을 약 10분쯤 앞두었을 때였는데, 이미 한 20명 남짓한 사람이 개관을 기다리며 느슨하게 줄을 서 있었다. 그들 틈에 섞여 사진을 찍으며 기다리다가 오전 10시, 개관과 동시에 입장했다. 이번 여행의 첫번째 목표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밀레이 특별전

티켓과 티켓에 딸려오는 안내책자, 그리고 도록. 입장료1는 학생 9파운드.

 테이트 브리튼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하지만)세계 최대의 테이트 영국미술 컬렉션으로 이루어진 상설전 뿐만 아니라, 시기마다 특별 전시가 열린다. 내가 방문할 시기에는 영국의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 밀레이 특별전은 내가 테이트 브리튼을 방문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2007년 9월 26일부터 시작해서 2008년 1월 13일이면 끝나는 전시였기 때문에, 이 전시를 보기 위해 영국 내에서의 일정까지 바꾸었을 정도였으니. (역대 터너상 수상작들을 모아서 전시한 터너상 회고전도 무척 보고 싶었던 전시였지만 내가 영국에 도착하기 며칠 전에 전시가 끝나버렸다.)


밀레이 전시 도록

전시 도록

 이 전시는 밀레이의 거의 모든 주요작품들을 총 망라한 최대 규모의 전시로, 이 특별전의 타이틀 그림은 그 유명한 '오필리어'였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그림을 그린 밀레이보다도 유명할 지 모르는 저 그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그림이어서 놀랐고, 큰 그림 어느 구석이나 모자란 부분 없이 세밀하게 묘사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그림만 감탄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전시되어있는 거의 모든 작품이 '기술적'으로는 전혀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었다. 작품 속 옷의 질감이 현기증 날 정도로 생생하게 보였던 '이사벨라'나 '마리아나'를 비롯해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일일히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L’Enfant du Régiment 1854-5' 이라는 작품이었다.2 팔을 다친 소녀가 군복을 덮고 잠이 들어있는 그림인데, 하얀색 대리석 바탕 가운데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남색 군복과 소녀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다.

 라파엘전파(PRB) 시기의 대표작부터, 스코틀랜드의 풍광을 담은 후기 풍경화들까지. 밀레이의 작품을 직접 보기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정도로 규모도 크고, 내용도 충실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1월 13일에 테이트 브리튼 전시를 마치고, 세계 투어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벌써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마무리되었고, 일본 후쿠오카에서의 전시가 준비되고 있다. 6월에서 8월까지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도쿄 분카무라(文化村) 미술관에서 2008년 10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아직 이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는 셈이다. 만약 밀레이를 좋아한다면,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다면 일본에서라도 꼭 이 전시를 보기를 권한다. 밀레이의 전생애에 걸친 작품들을 이렇게 다양한 소장처에서 가져다 모아놓은 전시는 최소한 당분간은 다시 만나기 힘들테니까.

 전시 막판이라 그런지 밀레이 전시를 보는 동안 내내 특별 전시실안에는 사람이 북적였다. 밀레이 전시를 다 보고 나자 시간은 대략 12시 즈음. 이미 상당히 지쳐버렸지만, 테이트의 영국작가 컬렉션들로 이루어지는 상설 전도 일부 보기로 했다. 다른 건 미처 못보고 터너만 봤는데, 그 이유는 짧지 않은 여행기간 동안 테이트 브리튼에 다시 들러 천천히 돌아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터너의 작품들은 과연 테이트 브리튼 컬렉션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답게 여러 전용(?) 전시실에 나눠져 전시가 되고 있었는데, 어두운 톤의 초기 유화그림들도 흐릿하게 기억에 남았기는 하지만 역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은 후기 풍경화들과 보는 각도에 따라 빛깔이 달리 보이는 것만 같은 한 독특한 인상을 주는 터너의 수채화watercolour 작품들이었다. 3 그 밖에도 ART NOW라는 컨템포러리 영국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을 봤다.

 그리고는 샵에 들러 이런 저런 테이트의 상품들을 구경했는데, 엽서들과 함께 전시말 할인판매중이었던 '밀레이 전시 도록'을 고민고민 하다가 끝내 사고야 말았다. 페이퍼백이라고는 하지만 올컬러 하드코팅지에 270p가 넘는 두껍고 무거운 도록. 이걸 살 때까지만 해도 '몸만 다니기도 힘든데 이런 도록을 싸들고 다닐 생각을 하다니 내가 미쳤지'라고 생각했었으나, 이것이 바야흐로 이번 여행 '도록 쇼핑'의 시작에 불과했으니..

 어쨋든 쇼핑을 마친 후 2층 밀뱅크 입구Millbank Entrance 근처 회랑4의 휴식공간에서 한국으로 보낼 편지와 엽서를 썼다. 그런 뒤, 오후 1시 20분 쯤 만나기로 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테이트 브리튼을 나섰다. 이때는 워낙 만족스러웠던 밀레이와 터너 전시 때문에 테이트 브리튼을 떠나는 데 별 아쉬움이 없었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움이 커졌다. 다음에 또 런던에 들른다면 꼭 다시 가볼 곳 중 하나. 그때는 시간을 들여 정성껏 봐주겠다고, 뒤늦게 결심했다.

  1. 원래 테이트 브리튼을 비롯한 영국의 주요 공공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다. 다만, 밀레이 전과 같은 특별 전시는 소정의 입장료를 별도로 받는다.
  2. 바로 요 그림. (via Google 이미지 검색)
    이 작품의 원소장처는 the Yale Center for British Art, Paul Mellon Fund 이다.
  3. 당시 테이트 브리튼의 같은 층 전시실에선 'Hockney on Turner Watercolours'라는 터너의 수채화를 주제로 한 별도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4. 테이트 브리튼 웹사이트의 익스플로어 맵에선 정확히 표시되어있지는 않은데, 'ambulatories'라고 표시된 그 부근이다.
2008년 06월 04일 09시 56분 2008년 06월 04일 0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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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A. 2008년 06월 05일 11시 50분 Delete Reply

    이 얼마만의 포스팅인가.. 다시 부지런해지게나!!

    그나저나 나도 영국좀 ㄱ-

    1. Re: # 달크로즈 2008년 07월 03일 19시 18분 Delete

      빨리 이 다음 포스팅을 해야할텐데. 이대로 가다가 올해 내로 이 여행기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슬슬 기억도 희미해져 가는데...

  2. # OpenID Logo사은 2008년 06월 15일 01시 16분 Delete Reply

    수, 목요일에는 3개월 만에 런던에 다녀왔어요. 지인들을 뵈러 간 건데, 탬즈강변을 걷다 보니 관광을 하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되서 좋더군요. 달크로즈님의 영국 여행기는 여행의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적어놓으시는 것 같아요. :)

    1. Re: # 달크로즈 2008년 07월 03일 19시 19분 Delete

      겨울의 탬즈 강변. 생각나네요. ^_^
      맨처음에는 여행의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적으려고 했었는데, 이제 슬슬 기억이 희미해져서, 이제는 좀 대충대충 적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는 와중이랍니다. 그래도 써봐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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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I Southbank

BFI 사우스뱅크의 정문.

  워털루 역에서 내려 곧장 BFI 사우스뱅크로 향했다. BFI(British Film Institude)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영상자료원쯤에 해당하는 곳으로 BFI National Archive, BFI National Library 등을 통해 영상자료를 수집,발굴,보관하고, 시민들이 열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BFI는 오래된 옛 영화들이나 영국 내에 소개되지 않는 해외의 여러 영화들을 소개하는 아트시네마의 역할도 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영국의 공영 시네마테크다.

 워털루역에서 어떻게 찾아갈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지도를 대강보고 직감대로 따라갔더니 나오더라. 티켓을 찾는 것도 예매내역만 제시하니 일사천리(신용카드를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학생증도-). 건물 안에 따로 라커나 물품보관소는 없었지만, 매표소 직원과 다른 직원이 친절한 도움을 받아 영화를 보는 동안 캐리어를 시큐리티 룸에 맡겨둘 수 있었다.

BFI의 NFT1관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 NFT 1관 내부. 마치 극장처럼 생겼다.

 시큐리티 룸에 내가 가방을 놓아두는 동안, 그 옆에서는 직원이 구내방송 마이크를 들고 내가 볼 영화가 곧 시작한다는 파이널 콜을 하고 있었다. 그때 시각이 4시 25분. 서둘러서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NFT1관 내부는 마치 극장처럼 생겼다. 사진 속에 빨간색 커튼이 쳐져있는 곳이 스크린인데, 상영 시각이 다가오면 아래 조명이 꺼지고 커튼이 양쪽으로 걷어지면서 필름 상영이 시작된다.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큰 상영관임에도, 한국의 멀티플렉스처럼 좌석의 경사가 심하지 않다. 가장 뒤까지 올라와도 그리 높다는 느낌이 안드는 낮은 경사의 좌석들. 대신, 좌석 구조가 마치 약간 누워있는 것처럼 되어있다. 아주 조금 스크린을 올려다 보는 상태. 덕분에 영화를 보는 동안 앞사람의 머리에 가려 불편을 겪을일은 없다. 의자도 불편하지 않도록 아주 자연스럽게 디자인되어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주노 영화 티켓

Juno 티켓. 좌석은 L26, 가격은 5.25파운드.

 이날 본 영화는 미국독립영화 '주노(Juno)'. 지금은 한국에도 개봉을 해서 많이 알려졌지만, 미국에서도 작년 겨울 개봉했기 때문에 한국에는 그리 알려져있지 않았었다. 예매를 했을 때부터 영국에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이 영화가 한국에서 이렇게 빨리 개봉할 줄은 전혀 몰랐으니.. 그저 한국 개봉보다 한달반쯤 먼저봤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뿐.

영화는 16세의 소녀 Juno가 임신을 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남다른 센스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에서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재치있게, 재기발랄한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미성년의 임신을 조금 가볍게 다룬 면이 있지만, 제작자의 말마따나 “현실보다 더 밝은 삶을 이끌어주는 코미디”로서는 영화 보는 동안 충분히 즐거울 수 있었던 잘 만든 독립영화, 잘 만든 틴에이지 무비였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유머를 자막도 없이 알아듣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특히 노래도 좋았는데, 마지막에 주인공 둘이 Anyone Else But You를 부르는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캐리어를 찾고 BFI 안을 살펴보다가 영화 '스위니 토드' 의상 전시를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BFI에서는 12월달에 팀 버튼 특별전을 했다는 것 같았다. (1월달은 빔 벤더스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영화 속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가 입었다는 의상, 의상 디자인, '면도날'을 포함한 소품들이 한구석에 조용히 전시되고 있었다.

스위니 토드에서 의상 디자인을 맡은 Colleen Atwood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액자에 담긴 의상 디자인들

'스위니 토드'에서 헬레나 본햄 카터(러빗 부인 역)의 의상

조니 뎁(벤자민 파커/스위니 토드 역)의 의상

'면도날'을 비롯한 소품들.


 그 뒤에는 숙소인 Meininger City Hostel이 있는 사우스 켄싱턴의 Gloucester Road 역으로 갔다. 이때는 아직Road/Street 명으로 길을 찾아가는게 익숙하지 않았을 무렵.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숙소를 30분간을 헤메다 결국 행인에게 길을 묻고서야 숙소를 찾아 무사히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예약한 것은 12인실 도미토리였지만, 방이 없었는지 4인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늦은 시각 때문인지 방안사람들은 다 자고 있었다. 짐을 풀고, 간단히 씻은 다음, 런던에서의 첫날을 마무리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008년 03월 08일 17시 15분 2008년 03월 08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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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OpenID Logo아르하나즈 2008년 03월 09일 22시 52분 Delete Reply

    티켓이 지하철 표랑 비슷하게 생겼네. 영어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나봐. 원어민이랑 불편함 없이 소통하다니...
    주노... 흠 한국에선 그렇게 까진 안떳다고 하던대. 문화 차이인가..
    그나저나 전시관 잘꾸며놨네 멋져~

    1. Re: # 달크로즈 2008년 03월 10일 16시 22분 Delete

      음~ 실제로 보면 지하철 표보단 훨씬 크다오. ^_^;
      여행을 다니면서 의사소통이 안되어 곤란했던 경험은 없긴 한데, 그 까닭이 내 영어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여행자'로서 방문한 것이니 만큼, 쓰는 표현 같은 것도 대략적으로는 정해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특히나 내가 여행자 티를 내고 물어본다면, 상대방도 나름 감안을 해주고 대응해주기 때문에.. :)

      주노는 한국에선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꽤 호평을 받았고, 제작비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흥행한 편이라더라. (폭스서치라이트에서 원스를 능가하는 대박을 맞았다고 하니..)

      스위니 토드 전시 같은 경우는 딱히 전시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 우리나라로 치면 로비공간 같은데 전시해놓은 것. 전시관(Gallery)가 따로 있었고, 영국 여배우 누군가(기억 안남;)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시간 관계상 가보지 못해 아쉬웠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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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9일, 여행 둘쨋날. 나리타의 좁디좁은 호텔방에서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한번 씻고, 대강 나갈 준비를 한 다음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 '세리나(セリーナ, Selena)'에 갔다. 조식은 간단한 아침용 뷔페로 제공되었다. 준비된 음식들 중에 특별히 대단한 것은 없었지만, 기본적인 식사로 딱히 부족함이 없는 아침 뷔페. 레스토랑 안에는 JAL 경유 승객이 이 호텔의 고객의 주를 이룬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온 듯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사람들 모두 여기서 하룻밤을 머물고,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어디론가로 떠나겠지. 나도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침식사를 했다.

 다시 나리타 공항 제2터미널로 돌아온 것은 아침 10시. 편지를 보낼 우체국을 찾다가 실패하고 10시 30분쯤에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이후 탑승이 시작되는 11시 30분까지는 발견한 '야후!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야후! 카페'는 나리타 제2터미널 출국장 깊숙한 곳(새틀라이트로 가기 위해 셔틀을 타러 내려가는 곳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여권만 보여주면 시간 제한없이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히드로와 인천에도 없는 서비스에 조금 감격하며 야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PC를 이용했다.

나리타 국제 공항

탑승을 위해 게이트로 가는 길. 오른편에 있는 가게를 지나치면 더 이상 가게는 없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11시 45분에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번 비행기는 JL 401 편으로, 기종은 보잉 777이었다. 과연 장거리를 다니는 대형 비행기답게 시설도 767보다 훨씬 좋았고, 공간도 넓었다. 자리는 비즈니스 클래스 바로 뒷 칸인 24D. 가운데 좌석들 중에서 왼쪽 통로 좌석이었으나, 한가운데 앉아있었던 서양인 여성이 '임신 중이라서 화장실을 많이 오가야 할 것 같은데 혹시 괜찮다면 자리를 바꿔달라'고 해서 자리를 바꿔주었다. 그래서 왼쪽은 임신부, 오른쪽은 일본인 할아버지 사이에 앉아 일본인 할아버지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같이 나갔다 오느라 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비행기는 정확히 12시에 활주로로 나와 도쿄의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이후 12시간의 비행은 사실 좀 힘들었다. 비행기 안은 진동도 별로 없고 소음도 크지 않아 비교적 편안한 편이었지만 처음의 장거리 비행이어서 그런지 잠은 잘 오질 않았고 가져갔던 책,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도 생각만큼 잘 읽히지 않았다. 결국엔 좌석마다 탑재된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의존해야 했다. (좌석마다 앞에 LCD 모니터가 있고, 리모콘으로 조작해서 영화나 음악, 영상 등을 감상하거나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한편은 영화관에서 이미 본 적이 있는 닐 게이먼 원작의 '스타더스트'였고(다시봐도 여전히 재밌다), 나머지 하나는 '비너스(Venus)'라는 영화였다. 피터 오툴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국 영화인데, 런던을 배경으로 늙어가는 저명한 배우가 젊은 여성을 만나 활력과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내용이었다.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지만, 피터 오툴의 연기와 연출에서 느껴지는 과장하지 않은 노년의 슬픔이 좋았다. 이후 자려고 애써보기도 하고, '예전에 이런 것-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없었을 때는 어떻게 이 12시간을 견뎌냈을까' 따위의 생각도 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승무원이 전부 일본인인 것 같았던 인천과 나리타를 오가는 비행기와는 달리, 런던과 나리타를 오가는 JAL 비행기 안의 승무원들은 절반이 일본인, 절반은 서양인이었다. 여기서 약간의 애로사항이 발생했는데, 일본인 승무원들은 일본어로 된 질문에 내가 영어로 대답하면 다음부터는 기억을 하고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반면에, 서양인 승무원들은 내가 영어로 대답해도 꿋꿋히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내가 동양인이고 일부러 영어로 대답해준다고 생각했나보다. 서양인 승무원들의 어색한 일본어 억양을 듣는 것이 조금 재미있기도 했지만, 일본어로는 알아듣기는 해도 말을 전달하긴 힘들어서 조금 불편했다.

 어쨌거나, 하드코어한 12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벌써 밖이 어스름해진 9일 오후 3시의 런던 히드로 공항에 착륙했다. 잠시 후 착륙한다는 방송을 듣고 기외 카메라 틀었을 때, 화면 속에 보였던 영국의 야경- 그중에서도 가장 환하게 빛나서 '저게 뭘까' 했던 것이 알고보니 히드로 공항의 활주로였던 것이 기억난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밟았는데, 다른 공항에서 내국인/외국인을 가르듯이 히드로에서도 EU/비EU가 나눠져있다. 비EU국인들이 서는 줄에서 나리타에서보다는 조금 더 짧은 45분 정도 기다리자, 입국심사대로 가게 되었다. 앞선 사람들은 입국심사할 때 이런저런 서류들도 보여주고, 질문도 오래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내 앞의 흑인심사관은 아주 무난한 단 3개의 질문-'무슨 목적으로 왔냐', '얼마나 머물거냐', '영국은 처음이냐'-만 던지고 도장을 찍어주었다. 세관을 통과해 출국장밖으로 나오니 공항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히드로 익스프레스

히드로 익스프레스 안에서.

 오후 4시 30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예매해놨기 때문에 짐을 찾자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이동을 해야했다. 히드로 공항에서 런던 중심가까지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빠른 것은 역시 히드로 익스프레스다. 히드로 익스프레스(Heathrow Express)는 일종의 공항 직통열차로 히드로 터미널 3에서부터 런던 패딩턴역까지 약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그 속도가 조금 무리하게 일정을 잡는 것이 가능한 이유였다. 대신 운임은 좀 비싼 편인데, 편도가 15파운드(한화 3만원)정도 한다.1 확실히 비싸기는 하지만 히드로 익스프레스도 일종의 기차이기 때문에, 브릿레일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패스를 오픈해야했다.

 히드로 익스프레스 매표소에 가서 오픈해 달라고 말했더니 인도계로 보이는 카운터 직원이 '여기서는 오픈이 안된다. 날짜만 적어줄테니 패딩턴 역에 가서 오픈해라'면서 보는 내가 불안해질 정도로 서투르게 날짜를 적어주었다. 급한 마음에 고맙다고 말하고 돌아서서 플랫폼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패스를 살펴보았는데 날짜를 9월9일로 잘못적어준게 아닌가. 당황해서 매표소로 돌아가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쏘리, 브라더-'라면서 볼펜으로 마치 내가 고친 것 마냥 글자를 수정해주었다. 철도패스에 대해 알아보면서 '절대 역무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날짜를 적어선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에 괜히 불안했지만, 다행히 열차 안에서 표를 확인할 때도 '패딩턴에 가서 확인해라'라며 별 문제 없이 통과. 패딩턴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 확인 도장을 받아 패스를 제대로 오픈했다. 다음에는 패딩턴 지하철역에서 한국의 교통카드와 비슷한 오이스터 카드를 구입하고 지하철로 갈아탔다. 목적지는 워털루.

  1. 이보다 조금 느린 대신 가격은 절반 정도인 '히드로 커넥트(Heathrow Connect)'도 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런던 도심으로 들어간다면 그 돈을 내고 히드로 커넥트를 타느니 튜브 피카딜리 라인을 타거나, 버스를 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2008년 03월 08일 13시 04분 2008년 03월 08일 1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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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영국 여행기 - 3. 여행 계획

Posted 2008년 03월 03일 03시 43분, Filed under: 여행/2008 영국 여행기

영국 종단여행 같은 것을 잠시 꿈꿔 보기도 하였으나..

 비행기 표를 구입해서 체류일정을 확정하고 난 뒤 바로 여행 계획에 들어갔다. 일본을 경유하는 JAL 항공편. 3월 8일 출국해서 23일 돌아오는 여정으로, 그 중 영국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14일. 정확히 2주간의 여행이었다. 맨처음 막연히 영국 여행을 생각했을 때는 정말 순진하게도 '영국에만 머무는 것이니까 이곳저곳 여유롭게 다닐 수 있겠지'하고 생각했었다. 에딘버러도 가보고, 뉴캐슬, 맨체스터, 리버풀, 버밍엄.. 카디프를 비롯한 웨일즈도 가보고 싶었고, 브라이튼이나 켄터베리 같은 남서부의 도시에도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2주라는 시간은 영국 주요 도시만 돌아보는 여정에 있어서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욕심만 낸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리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범위에서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영국여행은 아주 오래전부터 바랐던 일이었기도 하기에, 그간 '영국에 간다면 꼭 해보겠어'라고 생각해오던 많은 것들을 살펴보면서 이번 여행의 컨셉을 쉽게 정할 수 있었다. '공연'과 '미술'. 이번 여행은 이 두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영국여행을 결정했을 때부터 수없이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영국의 겨울 날씨'에 대한 것이었다. 1년에 1/3이 비가 온다거나, 특히나 겨울 날씨는 아주 우울해서 가만히만 있어도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던가, 비가오고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런던의 겨울 같은 것들. (왜 하필 겨울의 유럽이냐 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관광이나 아웃도어에 대해서는 큰 욕심을 내지 않게 되었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공연과 미술관람쪽에 자연스럽게 비중을 더 크게 두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낮에는 전시(혹은 관광)를 보고 저녁에는 공연을 보는 것으로 큰 가닥을 잡으면 괜찮으리라. 그렇게 다른 나머지 것들을 하나씩 포기해나가자 이번 영국 여행은 결국 일종의 '공연과 미술' 테마 여행 같은 것이 되었다.

 먼저 공연. 런던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예전부터 가져왔던 꿈이었다. 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은 말할 것도 없고, 클래식쪽만 보더라도 런던 필(LPO), 런던 심포니(LSO),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BBCSO),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등.. 유명한 연주단체들이 모여있고 세계 최고의 솔리스트들이 찾아오는 곳이 영국, 그중에서도 런던이니까. 연주 뿐만 아니라 바비칸 센터, 로열 페스티벌 홀, 세이지 게이츠헤드 같은 공연장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했다. 또, 음악회 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뮤지컬 같은 공연도 꼭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당연한 일이지만, 영국행이 확정된 뒤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것이었다. 우선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 것은 클래식 음악회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의 오케스트라는 런던 필과 BBC 필하모닉이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체류할 때에는 마땅히 갈만한 연주스케쥴이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공연단체보다는 공연장을 위주로 공연을 찾아서 골라내기 시작했는데, 런던은 너무나 공연이 많아서 예산이 충분하다면 2주동안 공연만 보러 다녀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만 같아보였다. 뮤지컬이면 뮤지컬, 공연이면 공연.. 서울에서라면 이렇게 볼거리를 많이 찾아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날짜와 장소 등을 고려해서 3개의 클래식 콘서트, 1편의 연극, 2편의 영화를 골라 미리 티켓을 예매했다. (뮤지컬은 현매쪽을 노려보기로 하고 예매는 하지 않았다. 그밖에도 로열 알버트 홀에서 하고 있었던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나, ENOROH에서 하는 발레나 오페라 등도 보고싶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포기해야했다. 언젠가, 다음번에는 꼭.)

 '테이트 모던'과 '터너상'으로 대변되는 영국 현대 미술에도 항상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패키지들의 필수코스인 내셔널 갤러리나 대영박물관도 있지만, 내 관심을 모두 가져간 대상은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관이라는 '테이트 모던'이었다.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던 그곳의 컬렉션, 대형 특별전을 두눈으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으로도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었다. 그런데 조사하다가 영국에는 테이트 갤러리가 테이트 모던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테이트 갤러리는 잉글랜드 전역에 총 4곳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 4개의 테이트 갤러리 가운데 2곳-테이트 모던과 테이트 브리튼-은 런던에 있었고, 하나는 리버풀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콘월(Cornwall) 지방의 세인트 아이브스(St Ives)라는 곳에 있었다. 그 순간 네 곳의 갤러리에 모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런던을 제외한 나머지 여행 일정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그리고 여행 가이드를 읽던 와중에 런던에서 1월중에 런던 아트 페어가 열린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티켓과 카달로그를 예매했다. 지금 현재 런던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라고 하면 10월에 열리는 프리즈 아트페어겠지만 시기가 안맞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역사가 좀 더 오래된 런던 아트 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밖에도 런던 가이드북에는 크고작은 갤러리들이 잔뜩 실려있었으니, 낮에 아무리 험한 날씨를 만나더라도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그 다음에는 이렇게 미리 예매해놓은 것들 위주로 나머지 이동과 숙박 일정을 짰다. 우선 런던에서 봐야 할 공연이 너무 많았기에, 최소 일주일간은 런던에 있어야 했다. 나머지 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단 5일뿐. 맨처음 막연히 생각했던 영국 종주여행(글래스고 혹은 에딘버러에서부터 시작해 뉴캐슬 -> 맨체스터 -> 리버풀 -> 체스터 -> 웨일즈 코스트 패스 -> 카디프 -> 브리스톨 -> 잉글랜드 남부를 거쳐 런던에서 끝내는 여정)은 애시당초 무리였고, 일정 조절에 따라 2-3개 도시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테이트 갤러리를 다 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리버풀과 세인트 아이브스를 반드시 여정에 포함시켜야 했다. 리버풀은 교통도 편리하고 맨체스터와도 가깝고 비틀즈의 도시이기도 하니 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문제는 세인트 아이브스였다. 세인트 아이브스 잉글랜드 남서부의 콘월 지방 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속하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땅끝마을'에 해당하는 잉글랜드 대륙의 최남단, 최서단 지점 랜즈 엔드(Land's End)가 그 근처에 있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이동할 때마다 소요될 시간 때문에 일정을 확정하기가 힘들었다. 고민끝에 결국 다른 곳은 다 포기하고 리버풀(과 여유가 있다면 맨체스터)와 세인트 아이브스를 비롯한 콘월 서부만 가기로 결정했다. 에딘버러를 비롯한 스코틀랜드를 포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웨일즈와 세이지 게이츠헤드가 있는 뉴캐슬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계획한 그대로만 이루어졌으니..

 한국을 떠나기 전에 한국여행사를 통해 브릿레일 패스 잉글랜드 연속 8일권을 끊었고, 숙소는 돈을 아끼기 위해 호스텔로 예약을 했다. 4베드에서 12베드까지의 다인실 도미토리. 가격은 아침이 포함된 하루 숙박에 평균 13파운드정도였다. 단, 콘웰지방을 여행하기 위한 3일간만은 떠나는 날까지도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기에-세인트 아이브스에서 묵을지 근처의 좀 더 큰 도시인 펜잔스(Penzance)나 다른 곳에서 묵는게 나을지 결정 할 수 없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다. 예약에는 예약수수료(booking fee)를 받지 않는 Hostel Bookers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숙소들을 골라 예약할 수 있었다. 호스텔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아침 식사, 베드 리넨, 타월의 제공여부가 가장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접근성과, 24시간 체크인이 되는지, 개인별 무료 라커가 있는지, 인터넷은 가능한지 등 몇가지만 더 고려한다면 아마 괜찮은 숙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을 준비하면 할 수록 '이번보다 다음 번에 다시 여행준비를 한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다. 첫 여행이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이번 경험이 아깝게 하지 않으려면 꼭 다음에 다시 오리라. 레이크 디스트릭트건, 에딘버러 성이건, 세이지 게이츠헤드건, 다시 오면 볼 수 있을거다. 반드시.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가오는 출국일을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2008년 03월 03일 03시 43분 2008년 03월 03일 0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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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Ray 2008년 03월 05일 03시 23분 Delete Reply

    우와 영국여행 다녀오셨나봐요. 정말 부럽네요....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중 하나인데요..
    여행기 넘 기대됩니다!

    1. Re: # 달크로즈 2008년 03월 06일 00시 38분 Delete

      네, 한달 전이지만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죠. ^_^
      여행기 꾸준히 쓰긴 쓸 예정인데~ 언제 끝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써보겠습니다~

  2. # 羅英 2008년 03월 07일 21시 42분 Delete Reply

    lake district 나중에 꼭 한 번 가보셔요. 저는 arnia양이랑 함께 '전원여행'을 컨셉으로 잡은 것마냥(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호수지역을 포함하여 영국풍 시골풍경을 실컷 볼 수 있는데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것도 나름 정말 좋았어요. ^^ 산책(심지어 극기훈련같은;) 한 번 원없이 했더랬죠.

    1. Re: # 달크로즈 2008년 03월 08일 16시 08분 Delete

      앗, 오랜만이에요. 라영님! ^_^
      아르니아님과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가보신적이 있으시군요!
      저도 언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랍니다.. 날씨 좋은 계절에 가고 싶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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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영국 여행기 - 2. 여행가이드

Posted 2008년 03월 01일 14시 22분, Filed under: 여행/2008 영국 여행기

이것들을 사모으느라 든 돈이 얼마였는진 묻지 마시길.;

 주변 사람의 조언 말고도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참고한 것은 여행 가이드북이었다. 첫 여행이기에 불안하기도 했고, 영국'만' 여행한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아 아주 자세히 도움을 얻을 수 없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여행 가이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국어로 된 여행 가이드는 대부분 '런던' 만 나와있거나 '유럽여행'으로 합본 된 것들 뿐이었기 때문에, 원서로 된 여행 가이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젠 여행 가이드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론리 플래닛 말고도 여러 종류의 책들이 나와있었는데, 오랫동안 잡고 살펴보니 아무래도 론리 플래닛의 편집이 가장 무난하고 보기 쉽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본격적인 여행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한 게 여행 떠나기 한달 전쯤이었고, 그때부터 한두번씩 서점에 들러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여행 가이드가 너무 재미있는게 아닌가! 단순히 여행할 지역에 대한 정보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역사, 읽을만한 책/영화들, 문화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담겨있었다. 여행 가는 대신 여행 가이드를 읽으며 여행 분위기를 낸다는 말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틈틈히 서점에 들러 재미삼아 한참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걸로 나름의 이유를 대며 한두권씩 사오다 보니 결국 집에 영국 여행 가이드만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었다. (쌓아두니 두께만 약 15cm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책들 외에도 Wallpaper* 잡지에서 나오는 시티 가이드 런던을 주문했었다. 그런데 교보문고에서 해외거래처에서 책을 구할 수 없다고 주문을 취소했기 때문에... )

 여행 가기 전에 구입한 여행 가이드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각 항목은 출판사, 제목, 저자, 에디션, 출간시기 순서다 )

 1. Lonely Planet / England Travel Guide / David Else 외 / 4th Edition / 2007년 3월
 2. Lonely Planet / London City Guide / Sarah Johnstone & Tom Masters / 5th Edition / 2007년 1월
 3. Lonely Planet / Wales Travel Guide / David Atkinson & Neil Wilson / 3rd Edition / 2007년 5월
 4. Lonely Planet / London Encounter / Sarah Johnstone / 1st Edition / 2007년 5월
 5. Lonely Planet / Best of London / Sarah Johnstone / 3rd Edition / 2004년 9월
 6. 안그라픽스 / 베스트 런던(론리 플래닛) / Steve Fallon / 개정판(2rd Ed) / 2006년 6월
 7. 시공사 / Just Go 런던(와가마마 아루키) / 편집부 / 08~09 최신개정판 / 2007년 11월

 이렇게 총 7개의 책이었다.
이밖에 도움을 받은 여행자료로는 윙버스의 빅맵 런던편이 있었다.

 물론 지금와서 돌아본다면 이 모든 책을 다 사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다. 위의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들 중 3권은 저자가 겹치기까지 한다. 하나둘씩 사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지만, 한꺼번에 잘 검토하고 샀다면 이중에 절반은 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구입한 것.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는 이 모든 책을 다 참고했다. 하지만, 여행지에 이 모든 책을 다 가져갈 수는 없으니, 이 중에서 여행을 함께 할 가이드를 따로 골라내야 했다.

여행 길에 함께 한 가이드북들.

 탈락하지 않고 내 여행에 동참한 여행 가이드는 일곱 권 중에 다섯권이었다. 여전히 많았지만, 빼기엔 아쉬운 이유가 한가지씩은 있어서 제외할 수가 없었다. 론리플래닛 잉글랜드는 유일한 '잉글랜드' 전역에 대한 가이드였고, 런던 시티 가이드는 내가 가진 런던 책 중에서는 가장 자세했다. 런던 인카운터는 올컬러에 모든 가이드 중에서 가장 편집이 마음에 들었고 책 자체도 이뻤다. Just Go 런던은 08~09 최신 개정판이라는 말에 혹해서 샀던 것인데, 쇼핑 정보에 할당된 분량이 나에겐 불필요할 정도로 많았고 결정적으로 지도가 너무 부실했다. (이런 지도 하나만 보고 길을 찾아다니는 한국 배낭여행자들은 정말 대단하다. 지역 정보보다는 런던 여행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는 그럭저럭 쓸만한 듯.) 그래서 막판까지 가지고 갈지 고민을 하다가 '유일한 한국어 가이드북'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챙겨담았다. 그리고 웨일즈는, 여행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웨일즈 여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에 혹시 몰라서 챙겨갔던 것. 그러나 역시 웨일즈는 가지 못했다.

 이 책들을 참고해 직접 여행을 다녀온 입장에서 단 한권의 책을 권한다면 역시 론리 플래닛에서 작년부터 새로 내놓고 있는 인카운터 시리즈의 런던을 꼽겠다. (사진에서 가장 위에 있는 작고 두꺼운 책) 올컬러에 편집에 보기 좋게 잘 되어있을 뿐더러, 휴대하기 좋게 책도 작고, 무엇보다 포함된 Pull-out 지도가 정말 쓸만하다. 가이드북에서 따로 떼어내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편리하고, '런던 시내 전역'에 대한 지도인데도 다른 가이드북의 지도에 비해서 Street(나 Road) 명이 자세히 나와있는 편이었다. 아주 몇번의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런던을 다니는 내내 이 지도만을 보고 다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 여행자들한테 길 잘 찾는다는 소리를 몇번씩 들었으니까. (물론, '지도'만을 따로 구입한다면 이 지도보다 더 쓸만한 지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이드북에 담긴 내용도 좀 간략하기는 하지만 필요한 정보는 고루 담고 있다. 약 일주일 남짓 런던에 머무른다면 가장 쓸모가 있을 여행 가이드다. 서점에서 살펴본 바로는 다른 인카운터 시리즈도 괜찮은 듯 했다. 쓸만한 여행 가이드를 고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



2008년 03월 01일 14시 22분 2008년 03월 01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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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pooroni 2008년 04월 01일 16시 27분 Delete Reply

    좋은정보네요! 다음에 갈일이 있으면 꼭 참고해야겠어요~ 지갑이 가벼운 전 도서관에서 여행책자 빌리는것도 좋더라구요~

    1. Re: # 달크로즈 2008년 06월 04일 03시 32분 Delete

      네. 저도 이것 때문에 대출혈이.. ㅠ_ㅠ
      여행 책은 좋아하는데, 너무 뻔한 책은 또 싫더라구요. 뻔한 여행기보다는 차라리 여행 가이드북를!

  2. # 딸기뿡이 2008년 06월 08일 21시 42분 Delete Reply

    론리에서 '인카운터 시리즈'는 일반 론리하고 어떤 점이 달라요? 일반 론리도 지도 설명 잘 되어 있고 숙소며 교통정보 정말 좋잖아요. 두꺼워도 내용이 그만큼 알차니까.. 안 그래도 쿠바 여행 떠나는 분이 계셔서 론리를 선물해드릴까 하는데 '인카운터 시리즈'와 일반 론리가 있잖아요. 저는 그거 보면서 이게 뭐지 했다니까요. 제가 론리살 때는 인카운터 시리즈 없었는데에~

    1. Re: # 달크로즈 2008년 06월 10일 01시 08분 Delete

      음- 우선 '일반 론리'라고 부르는 '파란색 론리 플래닛' 책에도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대륙별(Multi-city & Region Guide)이나 국가별(Country Guide) 가이드가 있구요, 시티 가이드(city guide)가 있지요. 그리고 얇고 작은 'Best of' 판이 있어요. (이게 론리 플래닛 공식 웹사이트의 분류법!)

      그리고 비교적 최근 나오기 시작한 인카운터(Encounter) 시리즈는 기존의 '새파란' 옆면과는 달리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나와 있지요.
      (이 밖에도 Shoestring Guide 같은 다른 게 더 있지만 일단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론리 플래닛 트래블 가이드는 이게 다인 것 같습니다.)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파란색' 책들은 다루는 범위만 다를 뿐 거의 같은 방식이에요. 이미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 론리 특유의 구성이 있지요. ^_^

      인카운터는 일단 '한 도시'만 다루기 때문에 시티 가이드랑 비슷한데 판형과 양은 대폭 줄여서 갖고 다니기가 편하구요, 기존의 론리 플래닛 트래블 가이드랑은 약간 편집이 다르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풀컬러라서 산뜻하니 보기가 편하다는 점이에요. 무엇보다 지역지도가 컬러로 되어 있어서 지도읽기가 한결 편해요. 그리고 '풀 아웃 지도!!' Pull Out으로 따로 떼어내서 갖고 다닐 수도 있는 '컬러'지도는 정말정말 편하더라구요. 지도를 따로 더 안사도 될 정도로 좋았어요. 그외에도 현지인들의 아주 짤막한 인터뷰 같은 걸 싣는다던지 해서 약간 차별화를 하려고 노력한 것도 보이더군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시티 가이드'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같은 도시를 다루는 파란색 시티 가이드보다는 '정보의 총량'은 확실히 적습니다. 지역정보는 충분하지만, 그 시티 가이드에서는 지역정보 이전에 그 동네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해 이런저런 '썰'들을 풀어내잖아요. 그 부분은 거의 간단히 요약만 하고 넘어간답니다.

      그래도 딱 1주일 정도만 한 도시에 머문다면, 개인적으로는 강력추천합니다. 시티 가이드까지 필요 없이 인카운터 시리즈 한권이면 정말 편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었어요. 인카운터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현재 에디션으로는 가장 최신 정보가 실려있다는 장점도 있구요. (그 반대로 절대 사지말라고 뜯어 말리고 싶은 시리즈는 'Best of' 시리즈. 인카운터의 1/4도 안되는 정보량에, Pull Out도 안되는 축적낮은 지도 따위. 차라리 시티 가이드를 사세요!)

      음, 너무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런데 어쨌거나 '쿠바'와 관련된 인카운터 시리즈는 나오질 않은 듯 싶어요. 파란색 일반 론리를 사셔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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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영국 여행기 - 1. 여행의 변

Posted 2008년 02월 29일 23시 26분, Filed under: 여행/2008 영국 여행기

사우스뱅크 센터 샵에서 샀던 몰스킨 시티 노트북 런던.
아까워서 내용을 적지 못하고 있다.;;

 2008년 1월 9일부터 1월 23일까지 영국(정확히는 잉글랜드)에 홀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런던에 일주일 정도 있었고, 세인트 아이브스, 리버풀에도 머물렀구요.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기대한 만큼 즐겁게 잘 놀고 돌아왔었지요. 다녀온 직후부터 여행기를 적어야지 적어야지 생각만 하는 와중에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여행을 다녀온지 1달이 넘어가는 시점.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블로그를 새로 정비한 목적이기도 하니까 이제부터 슬슬 적어보겠습니다.
 이 여행기에 사용되는 모든 이미지는 제 Flickr에도 함께 올라갑니다. 모든 사진들에는 플리커로 통하는 링크가 걸려있고, 보다 큰 사이즈의 사진을 보고 싶다면 플리커로 가서 '모든 사이즈 보기'를 누르면 볼 수 있습니다.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딱히 여행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휴학을 처음 할 때만 해도 여행을 해야겠다는 목표의식같은 건 없었고, 그저 가더라도 일본정도나 다녀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뿐이었으니. 그런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휴학생의 신분을 유지해오면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로부터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왜 여행을 안다니세요?' 혹은 '여행 가려고 휴학하셨나봐요?'였다. (물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군대 안가세요?' 였다. -_-) 그리고 이어서 학창시절에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 조금 변한 자신을 느끼게 되었다거나, 시야 같은 것이 많이 넓어졌다거나, 정말 좋은 추억이 되었다거나- 그밖에 많은 이유를 들어 여행을 권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돈이 없어서 못가요'라면서 별 생각없이 웃어넘겨버리곤 했었는데, 이런 대화가 한번 두번 반복 될 때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꼭 다녀와야겠다라는 결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글쎄, 그런데 언제 어디로 어떻게 떠날까. 하는 걱정이 더 크긴 했지만.

 그러다가 2007년 겨울부터 영국 문화원에 다니게 되었고, 그곳에서 과연 다른 어떤 곳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이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자극을 받았던게 계기가 되어 마침내 11월 즈음 반은 충동적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행선지는 (막판까지 좀 고민을 하긴 했지만) 영국. 그리고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마침 2008년 1월에는 한달간 일을 쉬는 기간이라 여행시기는 별 고민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가는 것을 결정하더라도 그 다음이 문제였다. 평생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라곤 고교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을 때가 전부였건만 혼자서 유럽여행이라니, 여행 준비는 어떻게?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에 들어가기 전에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일단,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능한 한 혼자서 해보기로 했다. 조언을 받고, 도움을 받더라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 만큼은 혼자서 하기로. 두번째로는혼자 여행한다는 장점을 살려서, 가능한 한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여행을 해보자라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남들은 잘 안가는 오지를 간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독창적인 여행이 될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단체로 떠나는 유럽여행처럼 관광 포인트만 찍고 다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한 많이 걷고,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었다. 이건 원칙이라기보단 희망사항이었고, 지금 돌이켜 봤을 때는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여행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서 하기로 했다지만, 사실 준비하는 과정 전체에 걸쳐 주변으로부터 수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았다. 가장 먼저, 영국문화원에서 직접적으로 여행바람을 불어넣어주었던 ONE은 -유럽보다는 뉴질랜드나 호주쪽을 더 추천하긴 했지만- 나에게 일단 '다른 모든 여행 준비에 앞서, 비행기 티켓부터 가능한 한 싸게 구입하라'는 가장 중요한 조언을 해주었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체류했거나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각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유용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1년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2008년 11월말에 귀국한 J는 가장 따끈따끈한 여행 경험을 들려 주었고, 로밍을 포기한 내게 영국에서 사용할 핸드폰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웃사촌(!) 까리님과 남편 김기사님은 여행에 동반할 디지털 카메라와 여행가방을 흔쾌히 빌려주셨다. 그밖에도 짧았던 유럽여행의 기억을 되살려 조언을 해준 많은 사람들.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누구보다 내 여행을 반가워했던 사람은 영국에 머물고 있는 H였다. '여기 있는 동안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며 메신저와 이메일로 조언과 상담을 해주었다.

 (물론, 여행 결심을 밝혔을 때의 반응이 항상 긍정적이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군대나 가라'라며 장난섞인 반응과 함께, 영국만 가는 것이 아깝다며 '좀 더 많이 돌아다니는 게 어떻겠냐'고 지적해주는 사람도 많았다. 그중에서는 '네가 다시 이렇게 유럽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아?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고 와야지'라며 조언인지 악담인지 모를 말을 건넨 사람도 있었더랬다.)

2008년 02월 29일 23시 26분 2008년 02월 29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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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lena 2008년 03월 01일 07시 31분 Delete Reply

    군대 안가? 물어본 사람중에 하나는 나?ㅋㅋ

    어, 그래도 영국만 갔던게 집중할수 있어서 더 좋지 않았어?ㅎㅎ
    유럽 3개국 8개도시 10일간(이건 좀 오반가;;)
    뭐 이런 광고 보면
    난 그저 속으로 비웃는다고 ㅋㅋ
    그냥 그 도시 중앙역에 얼굴 도장 찍고가겠네~ 이러면서.

    자 앞으로 이어질 여행기를 기대하면서.
    그리고 수첩은 적으라고 있는거라네~~^^;;

    1. Re: # 달크로즈 2008년 03월 02일 03시 13분 Delete

      음. 셀수없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사람? 하핫.
      나도 이제 가끔 아주 불쾌하게 건네는 경후만 빼놓고는 그냥 농담거리로 삼을 수 있는 일이니 신경쓰지 말길-

      유럽 3개국 8개도시 10일간...은 정말 힘들겠다. -_-;
      하지만 나는 한국 대학생 배낭여행객들이 흔히 취하는 방식인 '30일간 유럽일주' 같은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특히 '여러 번의 경험 중 한번'이 된다면 더욱.. 고생한 만큼 추억이 될테고.
      하지만 역시 나한테 맞는 방법은 아니라고 느꼈어.

      여행기는 틈내서 쓰다보니 자동적으로 분량조절이 되고 있는 듯;
      너무 잘게 조각이 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일단 계속 써 봐야지.
      몰스킨 런던은 너무 아까워. ㅠ_ㅠ 보물단지처럼 모시고만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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