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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5 어느 여름 날에― 르누아르, 레보비츠, 카페 아모카 그리고 사키 (5)
태평로 뒷편 서학당길, 씨스퀘어 빌딩 앞뜰 공간

태평로 뒷편 서학당길, 씨스퀘어 빌딩 앞뜰 공간.

늦은 오후

빌딩들 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었다.

태평로 뒷편 서학당길, 씨스퀘어 빌딩 앞뜰 공간- 카페 아모카

스폰지하우스와 카페 아모카는 씨스퀘어 빌딩에 있다. 조선일보 건물만 아니라면 더 좋았을텐데.

전시 소도록, 리플렛, 티켓.

전시도 보고.

애니 레보비츠: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티켓과 프로그램

영화도 보고.

 몇 달간 나를 정신없게 만들었던 복학 첫 학기도 월요일 시험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방학이 찾아온 날,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서울을 향했다. 우선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누아르 전’을 보았다. 사실 르누아르는 선호하는 작가가 아니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최근에 연이은 대형 전시-반 고흐, 퐁피두센터, 클림트, 르누아르-의 일환이려니 하는 마음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다. 그래서였을까, 생각했던 것보다 전시가 좋았다. 입장료가 여전히 좀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평일 낮에 간 덕분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쾌적하게 볼 수 있었다. (끔찍했던 반 고흐 전과 그에 못지 않았던 퐁피두 센터 전, 그리고 결국 포기한 클림트 전 인파에 비교하면 천국이었다.)
 보면서 ‘르누아르는 역시 색이구나, 이 빛깔이 르누아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대형작품이 오지 않아도, 특별히 유명한 작품이 오지 않더라도 그만이 낼 수 있는 빛깔을 띤 작품들만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따로 인물이며 배경이며 할 것 없이 그림 전체에서 뿜어져나오는 그 따스한 빛깔 자체가 르누아르의 이상, 낙천적인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피아노 치는 여성을 그린 작품이 두 점 있었는데(내 짐작이지만 다작을 한 편인 르누아르는 피아노 치는 여성을 그린 그림도 많이 남겼을 것 같다.) 그림 속의 피아노를 보면 르누아르가 살았던 시기-르누아르는 1841년생으로 내 아버지보다 딱 100년 전에 태어나 내 할머니가 태어난 해인 1919년에 세상을 떠났다-에는 이미 피아노의 기술적 발전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업라이트 피아노 하나, 그랜드 피아노 하나. 그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허허.

 미술관을 나와서는, 천천히 덕수궁길을 걸어 카페 소반에 들어가 비빔밥을 먹었다. 자주 오진 못하지만 좋아하는 곳. 그리고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에서 다큐멘터리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본 삶’을 보았다. 애니 레보비츠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 없이, 그저 유명한 사진작가려니 하는 생각만 가지고 상영관에 들어섰는데 필름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마치 스쳐지나가듯이) 수없이 등장하는 유명인사, 셀러브리티들. 그리고 수전 손택. 존 레논이 죽기 5시간 전에 찍었다는 사진보다, 수전 손택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이 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수전 손택과 특별한 사이였다.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나서는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 ‘아모카’의 바깥 테라스 쪽에 자리를 잡았다. 펜과 노트를 꺼내 들고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날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떠올리며 글을 끄적였다. 좀 억지스러운 생각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애니 레보비츠의 모습에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가 겹쳐보였다. 시대도 배경도 활동 영역도, 삶의 궤적도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이지만, 리얼리즘이나 사회참여적인 화풍을 거부하고 이상적인 모습-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끈질기게 그렸던 르누아르와 (수전 손택 때문에 잠깐 르 포르타주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주로 남다른 아우라를 이미 갖고 있는 유명인들을 사진으로 담아오다가, 패션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강렬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인위적인 연출사진을 찍어온 애니 레보비츠가 어쩐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을 아끼고, 가족들의 모습을 즐겨 담아왔다는 것까지도.

테이블 위의 햇살.

하지夏至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햇볕이 강렬했다.

테라스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바깥쪽 자리에도 앉았다.

The Oxford Book of English Short Stories

The Oxford Book of English Short Stories. Edited by A. S. Byatt. (2009, Reissue Edition.)

The Oxford Book of English Short Stories

Saki의 단편도 실려있다. 체스터튼, 울프, D.H. 로렌스도. 총 3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하루 전에 산 것이지만) 옥스포드에서 나온 잉글랜드 단편 소설 모음집을 샀다. 소유Possession(1990)로 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작가 바이어트가 편찬한 것으로, ‘스코틀랜드’도 ‘웨일즈’도 아닌 ‘잉글랜드’ 단편들만 모았단다. 원래 다른 책을 보러 외국책 서가를 뒤지다 우연히 눈에 띄었는데, 표지와 구성이 마음에 들어서 들춰보았다가 바이어트의 서문을 읽고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잉글랜드스러움Englishness’에 대해서 고민 끝에 작품들을 골라냈는데, 잉글랜드 자체를 소재로 하거나 영국 스타일에 대한 선입견이 담긴 작품들은 조심스레 걸러냈다고. 분량도 제각각, 장르도 다르지만 모두 읽으면서 목덜미를 짜릿하게 할만한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작품들을 골랐다는 말. 거기에 사키도 들어있다니. (이 책에 실린 사키의 단편, ‘평화의 장난감’은 사은님이 번역을 하셨다.)

 카페에 앉아서 간만에 찾아온 여유로움을 느긋하게 즐기려는 순간, 뭔가 허전함을 깨달았다. 르누아르 전시를 보는 내내 음악을 틀어두었던 아이팟 셔플의 행방이 묘연한 것. 분명 돌아다니다 어디선가 흘린 것이 틀림없었다. 카메라에 신경쓰느라 아이팟을 신경쓰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행적을 돌이켜 볼때 식사를 한 카페 소반에 두고 나왔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곳에서 식사를 했을 때는 오후 3시가 넘었던 시각이라 한가했고, 스탭들도 한쪽(예약단체석으로 주로 쓰이는 대청마루)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어서 그 직원들이 퇴근한게 아니라면 날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았다. 어디 도망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그곳에 가면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했지만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소반에 도착했을 무렵은 저녁 시간대로 가게가 한창 붐비는 때였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스탭들은 날 알아보았고. 직원은 “금방 찾으러 오실줄 알았는데…” 라는 말과 함께 미소 띤 얼굴로 셔플을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 참, 칠칠치 못하죠? 그곳에서 다시 신문로로 나왔을 때는 이미 7시가 넘은 시각. 길고 긴 여름의 해는 천천히 서쪽으로 기울면서도 여전히 빌딩 숲 사이로 하늘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2009/06/25 02:31 2009/06/25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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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크로즈의 생각

    Tracked from dalcrose's me2DAY 2009/06/25 03:29 Delete

    어느 여름 날에.

  1. # yuna 2009/06/27 16:01 Delete Reply

    (카페의 여유로움이 날아가긴 했지만) 찾아서 다행!
    저도 그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1. Re: # 달크로즈 2009/06/27 22:59 Delete

      네, 찾아서 다행이죠!! 휴...
      사실 저 책은 일단 뒤로 미뤄놓고, 지금은 Northern Lights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

  2. # 피렌체 2009/06/27 23:09 Delete Reply

    우엇, 전 월요일에 보러갈려고 하다가 휴관인걸 알고는 까페소반에서 비빔밥을 먹었어요. ㅋㄷㅋㄷ 결국 목요일에 보러갔다왔답니다.

    1. Re: # 달크로즈 2009/06/27 23:17 Delete

      월요일은 아무래도 위험하죠~!!
      조만간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보러 정동에 한번 더 갈 듯 해요. :)

  3. # 나우시카 2009/07/29 11:47 Delete Reply

    아.. 이 블로그 너무 어렵다~ 하하 아무튼 반가워요. 나우시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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