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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2 7 years after (4)

7 years after

Posted 2009/04/22 01:44, Filed under: 기록/일상 이야기

 요즘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현역을 종종 들른다. 대부분 적당한 카페에 들러 잠시 머물기 위함인데, 요즘엔 거기에 더해 교보문고 분당점에도 자주 들락거리고 있다. 교보문고 분당점은 강남점에 비하면 규모도 적고, 익숙한 공간 배치가 아니라 좀 불편하기도 한데- 그래도 근처 다른 서점에 비하면 훨씬 낫다. 서점에 자주 가봤자 느는 것이라곤 책 욕심 뿐이라, 매번 갈 때마다 ‘이책도 저책도…’라며 몇번씩 들었다 놨다 하다가 빈손으로 걸어나오곤 한다. 오늘도 몇몇 책을 부여잡고 군침을 흘리다가 결국 사들고 나온 것은 씨네21이었다. 그리고, 핫트랙스에 들러서 오랬동안 눈독 들여왔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없이 산다’와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도 샀다. (두 앨범 모두 타이틀 곡이나 몇몇 곡 위주로만 들어 왔기 때문에, 앨범 전체로는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아마 앨범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주의 씨네21은 통권 700호이면서, 동시에 창간 14주년 기념특집호였다. 벌써 14주년. 판형이 약간 줄어들었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서란다. 한국 영화 시장만큼이나 영화 잡지의 사정도 좋지 못한 모양이다. 휴간이 지속되다가 이젠 웹사이트마저 접속이 되지 않는 필름2.0의 김영진 아저씨가 씨네21로 돌아와 이번호부터 격주간으로 칼럼을 연재한다고 한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다. 칼럼의 이름은 ‘점프 컷’. 얼핏 보니 칼럼 스타일은 필름2.0 시절의 ‘러프 컷’과 별 다를바 없어 보인다. 부디 이번 지면에선 중언부언해야 하는 일이 없기를. 아니 없어지기를.

  그러나 이번에 내게 700호를 사게 만든 데에는 그보다는 특집 기사의 영향이 컸다. 그러니까 ‘그들의 작업실 전격 공개!’라는 특집 기사 중에서 ‘가수 장기하의 앨범작업실’ 같은 것. 프로듀서 나잠수의 원룸이 그의 작업실이고, 보통 곡을 쓰는 장소도 자신의 방이라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누군가와 있거나 사람이 많으면 신경쓰여서”란다. 맞는 말. 노트에 글을 끄적거리는 거라면 몰라도, 노래라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겠지. “문화평론가 진중권의 ‘PC방’”도 인상적이다.

진중권은 ‘쓰는 척’하지 않는다. 글로 먹고사는 다른 이들이 노트북을 놓고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자신의 모습에 취해 있을 때, 진중권은 그럴 시간에 쓰고 만다. (…) 그래서 그에게 가장 편한 작업실은 대한민국에서 직선 거리로 2km 반경 내에 하나씩 있다는 PC방이다. 그는 이곳에서 글을 쓰고, 뉴스를 읽고, 강의를 준비한다. 자신의 글에 달린 악플도 읽는다. 흡연이 가능하고 커피가 제공되고 성능 좋은 컴퓨터가 있고, 무엇보다 “다른데 신경쓸 게 없어서 몰입할 수 있다”는 게 PC방을 이용하는 이유다. 말하자면 누군가에게는 적의 총을 맞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또 누군가에게는 화투장 하나를 뒤집어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 순간에, 그리고 누군가는 그의 글을 향해 악플을 쓰고 있는 순간에, 진중권은 그 한켠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 씨네21 700호. 창간 14주년 특집기사 2 “작업 어디서 하세요?” 중에서

  과연 진중권 답다. 정훈이 만화는 창간 14주년 700호 기념 특집만화 ‘대한늬우스’로 2MB을 오공시절에 빗대어 절묘하게 비꼬았다. 하지만 사실 이번호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사는 공효진과 신민아를 함께 인터뷰한 기사였다. 이 둘은 7년전인 2002년에도 ‘한국영화 밝힐 새벽의 7인’이라는 기획을 통해 씨네21에 함께 등장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을 비롯해 권상우, 조승우, 류승범, 박해일, 임은경의 간단한 인터뷰와 소개 기사가 실렸던 것 같은데, 재미있는 건 그때 ‘7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었다는 점. 그리고 그 7년이 지난 올해, 함께 출연한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가 개봉하면서 두 사람이 다시 씨네21과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다. 공효진의 털털한 인터뷰도 재미있었지만 보다 흥미로웠던 건 신민아. 공효진이 “(아직까지)신비롭죠, 민아는.” 이라고 말하듯, 좀처럼 솔직한(?) 느낌의 신민아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없었던 터라 관심이 갔다. 신민아는 중학교 때 모델로 데뷔했는데, 당시 그녀가 다니던 중학교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곳 옆동네(행정구역상으로는 동일한 지역)의 중학교였다. 그래서 그 당시부터도 내 주변에서는 제법 유명했었고, ‘학교에서 봤는데 어떻더라’ 같은 이야기도 가끔 들었다. 중학교 이후로는 그나마 들려오던 간접적인 소식도 끊겼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뒤로도 꾸준히 매체에 등장했고, 유명한 연애기획사와 계약을 하더니, 지금은 꽤 유명한 스타가 되었다.

  다른 말보다 신민아가 인터뷰 중간에 “저 같은 배우들은 결국 선택당해야 하는 입장이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많아요”라고 하는 부분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어제 수업시간, MBC 드라마국 PD분이 특강을 오셔서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일화를 섞어가며 전반적인 작업 과정을 개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아주 전형적인 특강 형태로 진행되는 시간이었지만,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는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마련이다. “캐스팅은 이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이 생각보다 커버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크지 않아요. 특히 진짜 A급 톱 배우들 중에선… 여자 주인공의 경우 처음엔 다 ‘김태희, 전지현(혹은 송혜교)’으로 시작하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가 않으니, 한단계씩 낮춰 가면서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최선을 고르는 겁니다.” 곧이어 MBC에서 조만간 시작하는 모 특집 드라마의 주인공 캐스팅 비화가 이어졌다. 스타성을 기준으로 배우들의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는 배우들’에서 ‘선택 받기를 원하는 배우들’로 넘어가는 캐스팅 과정들. 이에 대해선 배우들도 물론 잘 알고 있을 거다. 잠시 다른 이야기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시청률에서는 고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물론 시청률을 의식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공중파TV드라마에선 시청률을 떼놓고 평가 할 수 없어요. 공공재인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방송되는 TV드라마는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작가주의 예술이 가능한 영화와는 다릅니다. 시청자들의 대중적인 공감을 얻는 전제 하에 연출자가 하고 싶은 예술을 담는 것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주 원론적인 대답이기는 하지만, 그게 맞는 것 같다.

  다시 인터뷰 기사로 돌아와서,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인터뷰어 김도훈 기자가 ‘7년 전에 그렸던 7년 뒤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 당시 공효진은 7년 후의 자기는 “해외로 유학가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을 것 같다”고 했고, 신민아는 지금쯤이면 “아마 배낭을 메고 유럽과 미국을 돌고 있을걸”이라고 답했단다. (그리고 7년 후 지금 그녀들의 모습은? 보다시피 한국에서 연기를 계속하고 있고, 2년전 찍었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7년전 자신의 말들이 좀 낯부끄러운지 폭소하기도 하고, 그때 그렸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운좋게도 지금까지 잘 걸어왔다고. 그래서 ‘지금 이대로도 좋다’고 한다.

  그래. 어쨌든, 지금 이대로도 좋았으면, 되었다. 훗날 나 또한 그렇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시험기간이 끝나는 이번 주말쯤에는 그녀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고, (내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나눠준다는 머그잔을 받기 위해 사전준비차 방문한)자주 들르지 않는 카페 한구석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2009/04/22 01:44 2009/04/2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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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크로즈의 느낌

    Tracked from dalcrose's me2DAY 2009/04/22 02:06 Delete

    7년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뭘하고 있을까? 그때, 그대로도 좋을 수 있다면.

  1. # JIYO 2009/04/23 04:04 Delete Reply

    글 재미있게 읽다가, 맨 마지막의 '머그'에 눈이 확!!! 머그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심지어 지구의 날 특집 머그! 두 개 받아서 하나만 나눠 주세요. ㅠ.ㅠ

    1. Re: # 달크로즈 2009/04/26 14:22 Delete

      저도 당일날에는 못받고 다음날 가족이 대신 받아줘서 딱 하나 생겼어요. ㅠ_ㅠ; 흑~!
      저도 머그 모으는 습관이 있어서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답니다.;

  2. # 보라 2009/05/06 16:35 Delete Reply

    흐흐, 사전준비차 방문한! 이라니 호호호
    저도 이번에 700호 재밌게 봤어요! 사실 꼼꼼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진중권의 PC방도, 다른 사람의 작업실도 참 재밌었다는.
    블로그 우측에 me2day가 있는게 참 좋은 기능 같다는.
    네이버 블로그에선 저렇게 못하죠?
    블로그 이사가야하는데... 귀찮다는....
    뭣보다 도메인이 맘에 안들어요!

    1. Re: # 달크로즈 2009/05/12 02:28 Delete

      결국 사전 방문한 보람도 없이 머그컵은 다른 가족이 받아왔지요. 후후.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아쉽지만, 안되죠. 보라님도 이사를 계획하시고 계셨던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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