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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3 2008 영국 여행기 - 3. 여행 계획 (4)

영국 종단여행 같은 것을 잠시 꿈꿔 보기도 하였으나..

 비행기 표를 구입해서 체류일정을 확정하고 난 뒤 바로 여행 계획에 들어갔다. 일본을 경유하는 JAL 항공편. 3월 8일 출국해서 23일 돌아오는 여정으로, 그 중 영국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14일. 정확히 2주간의 여행이었다. 맨처음 막연히 영국 여행을 생각했을 때는 정말 순진하게도 '영국에만 머무는 것이니까 이곳저곳 여유롭게 다닐 수 있겠지'하고 생각했었다. 에딘버러도 가보고, 뉴캐슬, 맨체스터, 리버풀, 버밍엄.. 카디프를 비롯한 웨일즈도 가보고 싶었고, 브라이튼이나 켄터베리 같은 남서부의 도시에도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2주라는 시간은 영국 주요 도시만 돌아보는 여정에 있어서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욕심만 낸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리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범위에서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영국여행은 아주 오래전부터 바랐던 일이었기도 하기에, 그간 '영국에 간다면 꼭 해보겠어'라고 생각해오던 많은 것들을 살펴보면서 이번 여행의 컨셉을 쉽게 정할 수 있었다. '공연'과 '미술'. 이번 여행은 이 두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영국여행을 결정했을 때부터 수없이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영국의 겨울 날씨'에 대한 것이었다. 1년에 1/3이 비가 온다거나, 특히나 겨울 날씨는 아주 우울해서 가만히만 있어도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던가, 비가오고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런던의 겨울 같은 것들. (왜 하필 겨울의 유럽이냐 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관광이나 아웃도어에 대해서는 큰 욕심을 내지 않게 되었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공연과 미술관람쪽에 자연스럽게 비중을 더 크게 두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낮에는 전시(혹은 관광)를 보고 저녁에는 공연을 보는 것으로 큰 가닥을 잡으면 괜찮으리라. 그렇게 다른 나머지 것들을 하나씩 포기해나가자 이번 영국 여행은 결국 일종의 '공연과 미술' 테마 여행 같은 것이 되었다.

 먼저 공연. 런던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예전부터 가져왔던 꿈이었다. 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은 말할 것도 없고, 클래식쪽만 보더라도 런던 필(LPO), 런던 심포니(LSO),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BBCSO),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등.. 유명한 연주단체들이 모여있고 세계 최고의 솔리스트들이 찾아오는 곳이 영국, 그중에서도 런던이니까. 연주 뿐만 아니라 바비칸 센터, 로열 페스티벌 홀, 세이지 게이츠헤드 같은 공연장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했다. 또, 음악회 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뮤지컬 같은 공연도 꼭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당연한 일이지만, 영국행이 확정된 뒤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것이었다. 우선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 것은 클래식 음악회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의 오케스트라는 런던 필과 BBC 필하모닉이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체류할 때에는 마땅히 갈만한 연주스케쥴이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공연단체보다는 공연장을 위주로 공연을 찾아서 골라내기 시작했는데, 런던은 너무나 공연이 많아서 예산이 충분하다면 2주동안 공연만 보러 다녀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만 같아보였다. 뮤지컬이면 뮤지컬, 공연이면 공연.. 서울에서라면 이렇게 볼거리를 많이 찾아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날짜와 장소 등을 고려해서 3개의 클래식 콘서트, 1편의 연극, 2편의 영화를 골라 미리 티켓을 예매했다. (뮤지컬은 현매쪽을 노려보기로 하고 예매는 하지 않았다. 그밖에도 로열 알버트 홀에서 하고 있었던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나, ENOROH에서 하는 발레나 오페라 등도 보고싶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포기해야했다. 언젠가, 다음번에는 꼭.)

 '테이트 모던'과 '터너상'으로 대변되는 영국 현대 미술에도 항상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패키지들의 필수코스인 내셔널 갤러리나 대영박물관도 있지만, 내 관심을 모두 가져간 대상은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관이라는 '테이트 모던'이었다.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던 그곳의 컬렉션, 대형 특별전을 두눈으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으로도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었다. 그런데 조사하다가 영국에는 테이트 갤러리가 테이트 모던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테이트 갤러리는 잉글랜드 전역에 총 4곳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 4개의 테이트 갤러리 가운데 2곳-테이트 모던과 테이트 브리튼-은 런던에 있었고, 하나는 리버풀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콘월(Cornwall) 지방의 세인트 아이브스(St Ives)라는 곳에 있었다. 그 순간 네 곳의 갤러리에 모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런던을 제외한 나머지 여행 일정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그리고 여행 가이드를 읽던 와중에 런던에서 1월중에 런던 아트 페어가 열린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티켓과 카달로그를 예매했다. 지금 현재 런던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라고 하면 10월에 열리는 프리즈 아트페어겠지만 시기가 안맞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역사가 좀 더 오래된 런던 아트 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밖에도 런던 가이드북에는 크고작은 갤러리들이 잔뜩 실려있었으니, 낮에 아무리 험한 날씨를 만나더라도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그 다음에는 이렇게 미리 예매해놓은 것들 위주로 나머지 이동과 숙박 일정을 짰다. 우선 런던에서 봐야 할 공연이 너무 많았기에, 최소 일주일간은 런던에 있어야 했다. 나머지 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단 5일뿐. 맨처음 막연히 생각했던 영국 종주여행(글래스고 혹은 에딘버러에서부터 시작해 뉴캐슬 -> 맨체스터 -> 리버풀 -> 체스터 -> 웨일즈 코스트 패스 -> 카디프 -> 브리스톨 -> 잉글랜드 남부를 거쳐 런던에서 끝내는 여정)은 애시당초 무리였고, 일정 조절에 따라 2-3개 도시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테이트 갤러리를 다 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리버풀과 세인트 아이브스를 반드시 여정에 포함시켜야 했다. 리버풀은 교통도 편리하고 맨체스터와도 가깝고 비틀즈의 도시이기도 하니 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문제는 세인트 아이브스였다. 세인트 아이브스 잉글랜드 남서부의 콘월 지방 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속하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땅끝마을'에 해당하는 잉글랜드 대륙의 최남단, 최서단 지점 랜즈 엔드(Land's End)가 그 근처에 있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이동할 때마다 소요될 시간 때문에 일정을 확정하기가 힘들었다. 고민끝에 결국 다른 곳은 다 포기하고 리버풀(과 여유가 있다면 맨체스터)와 세인트 아이브스를 비롯한 콘월 서부만 가기로 결정했다. 에딘버러를 비롯한 스코틀랜드를 포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웨일즈와 세이지 게이츠헤드가 있는 뉴캐슬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계획한 그대로만 이루어졌으니..

 한국을 떠나기 전에 한국여행사를 통해 브릿레일 패스 잉글랜드 연속 8일권을 끊었고, 숙소는 돈을 아끼기 위해 호스텔로 예약을 했다. 4베드에서 12베드까지의 다인실 도미토리. 가격은 아침이 포함된 하루 숙박에 평균 13파운드정도였다. 단, 콘웰지방을 여행하기 위한 3일간만은 떠나는 날까지도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기에-세인트 아이브스에서 묵을지 근처의 좀 더 큰 도시인 펜잔스(Penzance)나 다른 곳에서 묵는게 나을지 결정 할 수 없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다. 예약에는 예약수수료(booking fee)를 받지 않는 Hostel Bookers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숙소들을 골라 예약할 수 있었다. 호스텔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아침 식사, 베드 리넨, 타월의 제공여부가 가장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접근성과, 24시간 체크인이 되는지, 개인별 무료 라커가 있는지, 인터넷은 가능한지 등 몇가지만 더 고려한다면 아마 괜찮은 숙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을 준비하면 할 수록 '이번보다 다음 번에 다시 여행준비를 한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다. 첫 여행이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이번 경험이 아깝게 하지 않으려면 꼭 다음에 다시 오리라. 레이크 디스트릭트건, 에딘버러 성이건, 세이지 게이츠헤드건, 다시 오면 볼 수 있을거다. 반드시.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가오는 출국일을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2008/03/03 03:43 2008/03/0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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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Ray 2008/03/05 03:23 Delete Reply

    우와 영국여행 다녀오셨나봐요. 정말 부럽네요....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중 하나인데요..
    여행기 넘 기대됩니다!

    1. Re: # 달크로즈 2008/03/06 00:38 Delete

      네, 한달 전이지만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죠. ^_^
      여행기 꾸준히 쓰긴 쓸 예정인데~ 언제 끝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써보겠습니다~

  2. # 羅英 2008/03/07 21:42 Delete Reply

    lake district 나중에 꼭 한 번 가보셔요. 저는 arnia양이랑 함께 '전원여행'을 컨셉으로 잡은 것마냥(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호수지역을 포함하여 영국풍 시골풍경을 실컷 볼 수 있는데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것도 나름 정말 좋았어요. ^^ 산책(심지어 극기훈련같은;) 한 번 원없이 했더랬죠.

    1. Re: # 달크로즈 2008/03/08 16:08 Delete

      앗, 오랜만이에요. 라영님! ^_^
      아르니아님과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가보신적이 있으시군요!
      저도 언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랍니다.. 날씨 좋은 계절에 가고 싶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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