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혼자 쓰는 편지
Posted 2010/07/12 00:10, Filed under: 기록바로 앞 글이 ‘편지’에 대한 이야기이니, 편지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시작할까 한다. 며칠 전 편지를 한 통 쓰면서 이런 이야기를 적었다.
「‘내 말이 잘 전해질 수 있을까?’라는 불안은 서신 교환에는 늘 따라 붙는 것이지만, 받는 사람의 상황을 통제 할 수 없다면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걱정해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지요. 오히려 그 불안이 편지만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블로그에 다시 접속하니 멀리 떠나있는 동안 비워두었던 집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밀린 청소를 하듯 스팸 트랙백을 지우고, 블로그 툴(텍스트큐브)의 버전도 업데이트하고 난 뒤에, 글을 하나 올리려고 이렇게 자리를 잡고 보니 문득 블로그 글도 편지와 별 다를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한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와는 달리 블로그 글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글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만, 블로그 글 또한 공개된 곳에 쓰는 글이기에 읽는 사람의 상황을 전혀 통제할 수가 없다. 패스워드를 입력해서 로그인 해야만 볼 수 있는 비공개된 공간이 아닌 공개된 곳에 쓰는 글쓰기라면. 가상의 독자를 상정하게 마련이지만 잘 전해질런지 읽기는 할런지 글쓴이로서는 모를 일이니까.
‘써야만 하는 편지’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쓰고 싶은 편지’를 쓸 때면, 보통 첫머리에서는 조금 신중하게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흥에 겨워서 써나가게 된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한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나면 주욱 밀고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쓰는 동안은 약간 들뜬 마음에 신나게 글을 써내려 가지만-물론 그때 그때 읽을 사람의 반응이 어떨지 생각해보기는 한다-, 다 쓰고 난 뒤에 찬찬히 읽어 나가다 보면 좀 부끄러워지곤 한다. 아니, 어쩔 땐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황급히 봉투에 넣어 봉하고 부친 뒤, 그제서야 받는 사람이 바랐을 소식이 아닌 쓸데 없는 말만 잔뜩 써서 보낸 것이 아닌가, 내가 하려는 말만 쏟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슬그머니 피어난다. 물론, 그때는 후회해 봤자 이미 늦은 일이다. 차라리 전달되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결국 자기 흥에 겨워서 써내려 간다는 점에서, 편지는 마치 혼자서 쓰는 짝사랑의 연애소설과 비슷하다. 내가 그동안 여행지에서 또는 동네에서 써왔던 많은 편지들 또한 어떤 면에서는 다 연애편지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구애의 말을 단 한 글자도 담고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우연히 만난 젊은 남녀가 ‘해 뜨기 전’에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명한 어떤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하는 모든 일은 조금이라도 더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블로그 글 또한 편지와 마찬가지로 모두 연애편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블로그를 내버려둔 동안, 다른 새로운 공간들을 옮겨 다니며 짧은 기록들을 남겨 왔다. 미투데이도 모자라 이젠 트위터까지 쓰고 있으며, 이젠 텀블러에 남겨진 글들도 제법 된다. 그렇게 쌓인 짧고 파편화된 기록들은, 조금이라도 더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머물다 지나간 자리마다 붙여놓은 포스트잇과 같은 것들이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이렇게 칠칠치 못하게 흔적을 남겨 놓았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자기연민에 빠지게 되지만, 그래도 한가지 고맙고 위안이 되는 것은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 종이 쪽지를 주워들고 말을 걸어준, 그 아래에 댓글을 달아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조금이라도 덜 어리석어졌다면 그건 모두 그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져준 말 덕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긴 호흡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정작 누가 못쓰게 말린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이 미투데이나 트위터를 기웃거리면서 긴 글을 쓰지 않은 것인데도 말이다. 그런 욕구가 내 안에 쌓여 어떻게든 다시 써봐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것도 벌써 몇 주전의 일이었다. “이제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운짱에게 (트위터로) 축하한다는 말까지 미리 들었던 것 같다. 정작 나는 아직 아무 것도 쓰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결국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많은’ 이 시절 덕분에 옛집에 돌아와 글을 남긴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도 열심히 드나들면서 서로 댓글을 주고 받던 일도 이제는 아득한 옛 일처럼 느껴진다. 이 자기 흥에 겨워 쓰는 연애 편지를 이제와서 다시 한통한통 써서 보낸다 한들, 누가 어떻게 읽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내 블로그는 댓글이 잘 달리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뭐 어떨까. 끝내 답장이 오지 않는다 해도 쓰는 동안만큼은 두근거리는 그런 편지를 다시 쓰기 시작해볼까 한다. 간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쓰는 글 치고는 지나치게 거창하고 감상적이지만, 어쨌든.
(ps. 텍스트큐브 1.8이 예전 버전의 스킨과 호환에 문제가 좀 있는 모양이다. 텍스트큐브 블로그 업데이트를 하고 난 이후, 카테고리가 잘 표시되지 않는다거나, 댓글 창이 기본으로 보이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래도 스킨을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할 것 같은데, 그 전까지 임시로 기본 스킨으로 바꾸는 방법과 문제점을 그냥 안고가는 방법 중에 고민 중이다. 어쨌든 최대한 빨리 손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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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이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