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 피터 팬
Posted 2009/01/24 01:55, Filed under: 감상/책 이야기피터 팬을 읽었다. 이 ‘자라지 않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아마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책으로는 잘 읽히지 않는다. 잭 자이프스는 펭귄 클래식 판에서 서문의 첫 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 『피터와 웬디Peter and Wendy』는 주요 인물인 피터 팬 덕분에 유명해졌으나 오늘날까지도 원작으로는 잘 읽히지 않고 있다. 물론 수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피터 팬을 알고 있지만 그건 소설을 통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바르 갈리엔, 진 아서, 메리 마틴과 같은 여배우들이 피터 팬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연극 무대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피터 팬을 접한다. 사실 어린이와 어른 대다수가 피터 팬과 그 주변 인물들을 알게 되는 건 디즈니 도서, 텔레비전 각색물, 피터 팬 관련 각종 상품, 피터 팬의 현지어 상연,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후크」를 통해서다. 따라서 J. M. 베리의 소설 『켄싱턴 공원의 피터 팬Peter Pan in Kensington Gardens』(1906)과 『피터와 웬디』(1911), 희곡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 팬Peter Pan, or The Boy Who Would Not Grow Up』(1928년 최종본)을 원작으로 읽어 본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피터 팬을 원작으로서는 읽어본 일이 없었다.(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책으로 피터 팬을 읽었던 것도 같지만 아마 그건 어린이용으로 아주 짧게 각색된 버전이었던 듯 싶다.) 심지어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 팬’조차 보지 않았으나,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피터 팬을 알고 있었다. 피터 팬과 웬디. 팅커 벨. 그리고 후크 선장까지도. 피터 팬 책이 잘 읽히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별 다른 노력없이 다른 경로를 통해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가장 최근에 접한 피터 팬의 ‘또다른 버전’은 공연장에서 일할 때 접한-그리고 요즘도 공연하고 있는- 서울뮤지컬컴퍼니의 가족 뮤지컬 ‘피터 팬’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일하며 그 공연을 지켜봤을 때 ‘보나마나 애들 상대로 돈 좀 벌어보려고 급조한 뮤지컬이겠지’하고, 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하지만 원작-뮤지컬의 원작은 아마도 소설 ‘피터와 웬디’가 아니라 희곡 ‘자라지 않는 피터 팬’이겠지만-을 다 읽은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뮤지컬은 극을 아동용 뮤지컬로 바꾼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원작에 충실했고, 전반적으로 꽤 준수한 수준의 공연이었다. 그리고 기억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영화 ‘파인딩 네버랜드’도 있다. 조니 뎁의 새영화로서 몇 해전 꽤 기다려서 보았던 ‘파인딩 네버랜드’는 피터 팬의 작가인 J.M. 베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였다. 제임스 매튜 베리는 꽤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잭 자이프스의 서문에도 J.M. 베리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길게 나온다. 베리의 일대기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와 실비아 루엘린 데이비스 가족과의 인연을 맺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파인딩 네버랜드’의 직접적인 줄거리가 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자가 상상의 세계를 펼쳐내는 장면. ‘네버랜드’는 판타지 소설에 종종 나오는 다른 차원의 세계, 아예 완전히 만들어져 가공된 채로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마치 현실의 그림자처럼 존재하기는 하지만 명확하지 않고 아이들의 상상에 기대어서만 드러나는 세계이다. 실제 현실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일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동화 같은데서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것, 지나치게 친절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신선하고 상상하기가 편한 그런 점. 또 한편으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억 속 캐릭터들과 소설 속 캐릭터를 맞춰보는 재미가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피터 팬의 성격과 그것을 별다른 불평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웬디와 잃어버린 아이들. 후크 선장은 내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악역답지 않은 악역이었다. 물론, 악역답지 않아도 악역임에는 틀림 없지만. 그리고 마지막 장인 제17장, ‘웬디가 어른이 되었을 때’ 달라진 점도 눈치 채지 못하는 예전 모습 그대로의 피터 팬이 나타나 웬디의 딸 제인을, 또 제인의 딸 마거릿을 데리고 매년 봄맞이 네버랜드로 떠난다는 마지막은 참 좋았다. 그 동안 접했던 여러 애니메이션, 소설 등에서 접했던 마무리 방식의 시초가 되었을 법한 그 마지막.
펭귄 클래식 코리아 판 피터 팬에는 소설 『피터와 웬디』과 이어서 처음으로 피터 팬이 등장하는 작품인 『켄싱턴 공원의 피터 팬』도 함께 실려있다. 이 짧은 소설 속 피터 팬은 우리가 아는 피터 팬과는 사뭇 다른 또다른 버전의 피터 팬이다. 런던의 켄싱턴 공원과 하이드 파크를 구분 짓는 서펜타인 호수 속 저 멀리 있는 섬에서 살아가는 피터 팬. 조금 무서운 아서 래컴의 삽화 때문인지 『피터와 웬디』보다는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피터 팬이 두번째로 엄마를 찾아 돌아갔다가 결국 닫힌 창문에 좌절하고 돌아오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피터와 웬디』에서 한차례 언급되는 말의 배경이 된다.
『켄싱턴 공원의 피터 팬』은 읽는 내내 내내 딱 1년전의 영국 여행이 떠올리게 했는데, 그건 켄싱턴 공원이라는 장소 때문이었다. 런던에 머물렀던 일주일. 유일하게 가봤던 런던의 로열 파크가 바로 켄싱턴 공원Kensington Gardens이었다. 숙소 자체가 사우스 켄싱턴 Queens Gate 로드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Queens Gate를 따라 죽 올라가기만 하면 바로 켄싱턴 가든의 Queen’s Gate로 이어졌다. 하이드 파크나 세인트 제임스 파크 같은 다른 공원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끝내 가보지 못했던 기억과 더불어 유일하게 남아있는 켄싱턴 가든의 추억. 오랜만에 여행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피터와 웬디』 http://www.gutenberg.org/etext/26654
『켄싱턴 가든의 피터 팬』 http://www.gutenberg.org/etext/26998
희곡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 팬』 http://gutenberg.net.au/ebooks03/0300081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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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크로즈의 생각
Tracked from dalcrose's me2DAY 2009/01/24 02:18 Delete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하나 썼다. 사진을 제외한 글 대부분은 Windows Live Writer로 써서 올린 것. 참, a77ila님이 쓰신 이 책에 보면 '후크 선장'과 'Thesaurus' 이야기가 나온다. 읽으면서 이 부분을 찾아보려 했는데 알고보니 그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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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크로즈의 생각
Tracked from dalcrose's me2DAY 2009/08/04 00:25 Delete펭귄클래식판 '피터 팬'에 서문을 썼으며, 작년 '동화의 정체'라는 책이 번역출간 되기도 한 잭 자이프스가 엮은 책. 근데 원제와 비교해 안드로메다로 간 듯한 제목은 그렇다쳐도, 원래 책 구성의 절반정도는 날려먹은 이 이상한 편집은 대체 뭘까? 독점계약이 아깝다.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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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설마 그 비글의 주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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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
영국 여행에서는 호스텔 같은 방 사람들끼리 하루,이틀씩 같이 다니곤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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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국에서 찍은 사진이구나 ㅡㅡ; 아까는 글을 자세히 안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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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포스트네요! <모두 영어>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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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원작은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어도 번역본은 좀 이야기가 달라지는지라.. ㅠ_ㅠ 누가 번역좀 해서 퍼블릭 도메인에 기증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미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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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 나도 4월인가, 그즈음에 강의 과제로 읽은적이 있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