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영국 여행기 - 7. 셋째날 : 테이트 브리튼에서 Millais 특별전을 보다
Posted 2008/06/04 09:56, Filed under: 여행/2008 영국 여행기 2008년 1월 10일. 여행 셋째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런던에서 맞이한 첫번째 아침.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호스텔의 식당으로 향하는데 창밖을 보니 날이 흐렸다. 구름이 가득 낀 하늘 밑에 촘촘한 벽돌 건물들. 영국의 겨울날씨에 대해서는 이미 각오한 터. 호락호락하게 맑은 하늘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잼을 바른 토스트와 토스트와 빵, 오트밀 죽과 오렌지 쥬스로 아침을 먹고(이때까지는 아직 아침 식사에 대한 집착이 생기기 전이었다.)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우산을 챙겨 들고 숙소를 나섰다.
이 날의 첫번째 목적지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이었다. 테이트 브리튼은 템즈 강변의 밀뱅크(Millbank)에 위치해있다. 지도상으로 가장 가까운 튜브 역은 핌리코(Pimlico)였지만 개관 시각인 10시까지는 아직 1시간 여가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런던 거리 구경도 할겸 점심 약속이 있는 빅토리아 역에서부터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Gloucester Road역에서 빅토리아역까지는 지하철로 2정거장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 금새 도착했지만, 이때는 아직 런던에서의 길 찾기에 익숙하지 못했던 때였기에 조금 긴장한 채로 역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길을 찾아 나섰다. 사실 빅토리아에서 테이트 브리튼까지는 복스홀(Vauxhall) 로드만 따라가면 되었으니 길을 못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이때는 지나치는 길거리 풍경을 사진에 담아둘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천천히 3-40분 정도를 걸어서 테이트 브리튼에 도착했다. 과거 밀뱅크 감옥이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테이트 브리튼은 이번 여행의 목표인 4개의 테이트 갤러리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지닌 갤러리로, 1897년 '영국 미술을 위한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British Art)'으로서 오픈했고, 2000년도에는 테이트 모던의 개관을 맞아 테이트 브리튼으로 이름을 새롭게 바꾸었다. 브리튼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테이트 브리튼은 1500년대부터 시작하여 컨템포러리까지 이르는 '영국 미술'만을 전시한다. 미술관에 도착한 때가 대략 개관 시간을 약 10분쯤 앞두었을 때였는데, 이미 한 20명 남짓한 사람이 개관을 기다리며 느슨하게 줄을 서 있었다. 그들 틈에 섞여 사진을 찍으며 기다리다가 오전 10시, 개관과 동시에 입장했다. 이번 여행의 첫번째 목표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테이트 브리튼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하지만)세계 최대의 테이트 영국미술 컬렉션으로 이루어진 상설전 뿐만 아니라, 시기마다 특별 전시가 열린다. 내가 방문할 시기에는 영국의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 밀레이 특별전은 내가 테이트 브리튼을 방문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2007년 9월 26일부터 시작해서 2008년 1월 13일이면 끝나는 전시였기 때문에, 이 전시를 보기 위해 영국 내에서의 일정까지 바꾸었을 정도였으니. (역대 터너상 수상작들을 모아서 전시한 터너상 회고전도 무척 보고 싶었던 전시였지만 내가 영국에 도착하기 며칠 전에 전시가 끝나버렸다.)
이 전시는 밀레이의 거의 모든 주요작품들을 총 망라한 최대 규모의 전시로, 이 특별전의 타이틀 그림은 그 유명한 '오필리어'였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그림을 그린 밀레이보다도 유명할 지 모르는 저 그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그림이어서 놀랐고, 큰 그림 어느 구석이나 모자란 부분 없이 세밀하게 묘사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그림만 감탄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전시되어있는 거의 모든 작품이 '기술적'으로는 전혀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었다. 작품 속 옷의 질감이 현기증 날 정도로 생생하게 보였던 '이사벨라'나 '마리아나'를 비롯해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일일히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L’Enfant du Régiment 1854-5' 이라는 작품이었다.2 팔을 다친 소녀가 군복을 덮고 잠이 들어있는 그림인데, 하얀색 대리석 바탕 가운데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남색 군복과 소녀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다.
라파엘전파(PRB) 시기의 대표작부터, 스코틀랜드의 풍광을 담은 후기 풍경화들까지. 밀레이의 작품을 직접 보기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정도로 규모도 크고, 내용도 충실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1월 13일에 테이트 브리튼 전시를 마치고, 세계 투어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벌써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마무리되었고, 일본 후쿠오카에서의 전시가 준비되고 있다. 6월에서 8월까지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도쿄 분카무라(文化村) 미술관에서 2008년 10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아직 이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는 셈이다. 만약 밀레이를 좋아한다면,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다면 일본에서라도 꼭 이 전시를 보기를 권한다. 밀레이의 전생애에 걸친 작품들을 이렇게 다양한 소장처에서 가져다 모아놓은 전시는 최소한 당분간은 다시 만나기 힘들테니까.
전시 막판이라 그런지 밀레이 전시를 보는 동안 내내 특별 전시실안에는 사람이 북적였다. 밀레이 전시를 다 보고 나자 시간은 대략 12시 즈음. 이미 상당히 지쳐버렸지만, 테이트의 영국작가 컬렉션들로 이루어지는 상설 전도 일부 보기로 했다. 다른 건 미처 못보고 터너만 봤는데, 그 이유는 짧지 않은 여행기간 동안 테이트 브리튼에 다시 들러 천천히 돌아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터너의 작품들은 과연 테이트 브리튼 컬렉션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답게 여러 전용(?) 전시실에 나눠져 전시가 되고 있었는데, 어두운 톤의 초기 유화그림들도 흐릿하게 기억에 남았기는 하지만 역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은 후기 풍경화들과 보는 각도에 따라 빛깔이 달리 보이는 것만 같은 한 독특한 인상을 주는 터너의 수채화watercolour 작품들이었다. 3 그 밖에도 ART NOW라는 컨템포러리 영국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을 봤다.
그리고는 샵에 들러 이런 저런 테이트의 상품들을 구경했는데, 엽서들과 함께 전시말 할인판매중이었던 '밀레이 전시 도록'을 고민고민 하다가 끝내 사고야 말았다. 페이퍼백이라고는 하지만 올컬러 하드코팅지에 270p가 넘는 두껍고 무거운 도록. 이걸 살 때까지만 해도 '몸만 다니기도 힘든데 이런 도록을 싸들고 다닐 생각을 하다니 내가 미쳤지'라고 생각했었으나, 이것이 바야흐로 이번 여행 '도록 쇼핑'의 시작에 불과했으니..
어쨋든 쇼핑을 마친 후 2층 밀뱅크 입구Millbank Entrance 근처 회랑4의 휴식공간에서 한국으로 보낼 편지와 엽서를 썼다. 그런 뒤, 오후 1시 20분 쯤 만나기로 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테이트 브리튼을 나섰다. 이때는 워낙 만족스러웠던 밀레이와 터너 전시 때문에 테이트 브리튼을 떠나는 데 별 아쉬움이 없었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움이 커졌다. 다음에 또 런던에 들른다면 꼭 다시 가볼 곳 중 하나. 그때는 시간을 들여 정성껏 봐주겠다고, 뒤늦게 결심했다.
이 날의 첫번째 목적지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이었다. 테이트 브리튼은 템즈 강변의 밀뱅크(Millbank)에 위치해있다. 지도상으로 가장 가까운 튜브 역은 핌리코(Pimlico)였지만 개관 시각인 10시까지는 아직 1시간 여가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런던 거리 구경도 할겸 점심 약속이 있는 빅토리아 역에서부터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Gloucester Road역에서 빅토리아역까지는 지하철로 2정거장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 금새 도착했지만, 이때는 아직 런던에서의 길 찾기에 익숙하지 못했던 때였기에 조금 긴장한 채로 역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길을 찾아 나섰다. 사실 빅토리아에서 테이트 브리튼까지는 복스홀(Vauxhall) 로드만 따라가면 되었으니 길을 못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이때는 지나치는 길거리 풍경을 사진에 담아둘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천천히 3-40분 정도를 걸어서 테이트 브리튼에 도착했다. 과거 밀뱅크 감옥이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테이트 브리튼은 이번 여행의 목표인 4개의 테이트 갤러리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지닌 갤러리로, 1897년 '영국 미술을 위한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British Art)'으로서 오픈했고, 2000년도에는 테이트 모던의 개관을 맞아 테이트 브리튼으로 이름을 새롭게 바꾸었다. 브리튼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테이트 브리튼은 1500년대부터 시작하여 컨템포러리까지 이르는 '영국 미술'만을 전시한다. 미술관에 도착한 때가 대략 개관 시간을 약 10분쯤 앞두었을 때였는데, 이미 한 20명 남짓한 사람이 개관을 기다리며 느슨하게 줄을 서 있었다. 그들 틈에 섞여 사진을 찍으며 기다리다가 오전 10시, 개관과 동시에 입장했다. 이번 여행의 첫번째 목표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티켓과 티켓에 딸려오는 안내책자, 그리고 도록. 입장료1는 학생 9파운드.
이 전시는 밀레이의 거의 모든 주요작품들을 총 망라한 최대 규모의 전시로, 이 특별전의 타이틀 그림은 그 유명한 '오필리어'였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그림을 그린 밀레이보다도 유명할 지 모르는 저 그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그림이어서 놀랐고, 큰 그림 어느 구석이나 모자란 부분 없이 세밀하게 묘사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그림만 감탄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전시되어있는 거의 모든 작품이 '기술적'으로는 전혀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었다. 작품 속 옷의 질감이 현기증 날 정도로 생생하게 보였던 '이사벨라'나 '마리아나'를 비롯해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일일히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L’Enfant du Régiment 1854-5' 이라는 작품이었다.2 팔을 다친 소녀가 군복을 덮고 잠이 들어있는 그림인데, 하얀색 대리석 바탕 가운데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남색 군복과 소녀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다.
라파엘전파(PRB) 시기의 대표작부터, 스코틀랜드의 풍광을 담은 후기 풍경화들까지. 밀레이의 작품을 직접 보기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정도로 규모도 크고, 내용도 충실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1월 13일에 테이트 브리튼 전시를 마치고, 세계 투어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벌써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마무리되었고, 일본 후쿠오카에서의 전시가 준비되고 있다. 6월에서 8월까지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도쿄 분카무라(文化村) 미술관에서 2008년 10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아직 이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는 셈이다. 만약 밀레이를 좋아한다면,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다면 일본에서라도 꼭 이 전시를 보기를 권한다. 밀레이의 전생애에 걸친 작품들을 이렇게 다양한 소장처에서 가져다 모아놓은 전시는 최소한 당분간은 다시 만나기 힘들테니까.
전시 막판이라 그런지 밀레이 전시를 보는 동안 내내 특별 전시실안에는 사람이 북적였다. 밀레이 전시를 다 보고 나자 시간은 대략 12시 즈음. 이미 상당히 지쳐버렸지만, 테이트의 영국작가 컬렉션들로 이루어지는 상설 전도 일부 보기로 했다. 다른 건 미처 못보고 터너만 봤는데, 그 이유는 짧지 않은 여행기간 동안 테이트 브리튼에 다시 들러 천천히 돌아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터너의 작품들은 과연 테이트 브리튼 컬렉션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답게 여러 전용(?) 전시실에 나눠져 전시가 되고 있었는데, 어두운 톤의 초기 유화그림들도 흐릿하게 기억에 남았기는 하지만 역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은 후기 풍경화들과 보는 각도에 따라 빛깔이 달리 보이는 것만 같은 한 독특한 인상을 주는 터너의 수채화watercolour 작품들이었다. 3 그 밖에도 ART NOW라는 컨템포러리 영국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을 봤다.
그리고는 샵에 들러 이런 저런 테이트의 상품들을 구경했는데, 엽서들과 함께 전시말 할인판매중이었던 '밀레이 전시 도록'을 고민고민 하다가 끝내 사고야 말았다. 페이퍼백이라고는 하지만 올컬러 하드코팅지에 270p가 넘는 두껍고 무거운 도록. 이걸 살 때까지만 해도 '몸만 다니기도 힘든데 이런 도록을 싸들고 다닐 생각을 하다니 내가 미쳤지'라고 생각했었으나, 이것이 바야흐로 이번 여행 '도록 쇼핑'의 시작에 불과했으니..
어쨋든 쇼핑을 마친 후 2층 밀뱅크 입구Millbank Entrance 근처 회랑4의 휴식공간에서 한국으로 보낼 편지와 엽서를 썼다. 그런 뒤, 오후 1시 20분 쯤 만나기로 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테이트 브리튼을 나섰다. 이때는 워낙 만족스러웠던 밀레이와 터너 전시 때문에 테이트 브리튼을 떠나는 데 별 아쉬움이 없었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움이 커졌다. 다음에 또 런던에 들른다면 꼭 다시 가볼 곳 중 하나. 그때는 시간을 들여 정성껏 봐주겠다고, 뒤늦게 결심했다.
- 원래 테이트 브리튼을 비롯한 영국의 주요 공공 미술관,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다. 다만, 밀레이 전과 같은 특별 전시는 소정의 입장료를 별도로 받는다. [Back]
- 바로 요 그림. (via Google 이미지 검색)
이 작품의 원소장처는 the Yale Center for British Art, Paul Mellon Fund 이다. [Back] - 당시 테이트 브리튼의 같은 층 전시실에선 'Hockney on Turner Watercolours'라는 터너의 수채화를 주제로 한 별도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Back]
- 테이트 브리튼 웹사이트의 익스플로어 맵에선 정확히 표시되어있지는 않은데, 'ambulatories'라고 표시된 그 부근이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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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만의 포스팅인가.. 다시 부지런해지게나!!
그나저나 나도 영국좀 ㄱ--
빨리 이 다음 포스팅을 해야할텐데. 이대로 가다가 올해 내로 이 여행기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슬슬 기억도 희미해져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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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목요일에는 3개월 만에 런던에 다녀왔어요. 지인들을 뵈러 간 건데, 탬즈강변을 걷다 보니 관광을 하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되서 좋더군요. 달크로즈님의 영국 여행기는 여행의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적어놓으시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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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탬즈 강변. 생각나네요. ^_^
맨처음에는 여행의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적으려고 했었는데, 이제 슬슬 기억이 희미해져서, 이제는 좀 대충대충 적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는 와중이랍니다. 그래도 써봐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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