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통신

Posted 2008/03/10 15:41, Filed under: 기록/일상 이야기
종이컵통신에서

홍대의 카페, '종이컵통신'에서.

 경칩이 지나면서 날씨도 완연히 따뜻해진 봄날. 니야님이 요즘 작업차 자주 들르신다는 홍대 부근의 카페, '종이컵 통신'에 갔었다. 예쁜 골목에 위치한 그림같은 카페는 아니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와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장소였다. 손님도 너무 많지 않아서 작업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다. 혼자서 책을 읽다, 여행노트를 정리하다, 여행기에 쓸 사진을 찍다가. 카페로 '출근'하신 니야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다.

 남들은 개강이다, 입학이다 바쁠 시기인데 일이 적어서 갑자기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것은 언제든 바라던 일이었고, 비어있는 일상을 틈틈히 채워나가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지만.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다보니 시간이 남을수록 오히려 힘들어지는 것도 같다. 내가 남는 시간을 시간없어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좀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쉬다보면 자연히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로 자기 위안을 삼아 버텨본다.

일부러 골라앉은 창가의 널찍한 테이블.

책은 하루만에 다 읽었다.

 이날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소설, '베르메르 VS. 베르메르'. 팩션이라고 불리는 소설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책이 나와도 괜찮겠지 싶다. 한국 작가가 쓴 책답게 번역 소설보다는 훨씬 빠르고 편하게 읽힌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다. 허구인 이야기에 사람들이 널리 알고 있는 사실을 섞어서 최대한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든 소설이 '팩션'이라면, 이 소설은 전형적인 서양식 '팩션'보다는 (기사에서 밝히고 있는 대로) 완전한 허구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소설에 더 가깝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주인공의 이름과 배경, 주요 인물들은 모두 가상의 것들로 채워져있다. (엑스트라로 소모되는 네덜란드인의 이름과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네덜란드 출신 축구선수 이름이 대거 등장한다.) 사실 이 책이 대단한 점은 '팩트'는 없지만 실제 일어난 일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분위기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는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절히 이야기에 끼어드는 서양 근현대미술사가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미묘하게 고유명사가 바뀌어있는게 신경쓰이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두번째 사진속에 화보의 주인공인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가 이 소설 속에선 '존 홀먼 밀레이(윌리엄 홀먼 헌트와 섞은 듯)'로 바뀌어 등장한다거나 하는 점이었다. 지난 런던여행길에 다녀온 '런던 아트 페어'도 책 속에 등장한다. 1월달이 아니라 12월달에 하는 것으로. 아마 의도적으로 장난을 쳐놓은 것 같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빠르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은 후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결말이 아쉬웠기 때문이리라.

까만 에스프레소 잔.




2008/03/10 15:41 2008/03/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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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Rick 2008/03/13 15:01 Delete Reply

    저 스테들러펜 필기감 짱좋달!!!<- 괜히 반가운 나!

    1. Re: # 달크로즈 2008/03/17 01:10 Delete

      맞아맞아!!
      나도 너무 좋아서, 영국 여행 내내 여행노트 적을 때 저 펜 사용했었어. 몰스킨 한권을 거의 다 쓰니깐 잉크가 좀 마른(?) 것 같아서 새로 하나 더 샀고. :)

  2. # OpenID Logo세이지아 2008/03/14 00:53 Delete Reply

    겸사로~ 새RSS땡겨가영 ~_~

    1. Re: # 달크로즈 2008/03/17 01:11 Delete

      오랜만~ ^_^

  3. # purpleb 2008/05/30 19:12 Delete Reply

    우와. 저도 저 스테들러 펜 써요! 색상별로 사서 보스 책상에도 놔드리고 회의실에도 놔드리고..온통 저 펜인데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요!(샤프도 저 라인^^)

    1. Re: # 달크로즈 2008/06/04 03:40 Delete

      앗, 반갑습니다. 퍼플비님!

      저도 이 펜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애용하고 있답니다. (샤프도요!)
      조금 비싼게 흠이지만, 필기구도 의외로 가격과 성능이 비례하는 것 같아요. 완소 스테들러! ^_^;

  4. # pooroni 2008/11/05 11:02 Delete Reply

    앗 저도 저 펜 쓰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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